⑩ - 경주 예술의전당 르포

'BTL사업' 붐 타고 건립된 경주 예술의전당
인구 25만 중소도시에 6000평 대형 문화시설
'700억 투자' 덥석 물었다가…2배 뱉어내게 생긴 경주시 [세금 먹는 하마]

[세금 먹는 하마]는 전국 팔도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곳을 찾습니다. 직접 현장에서 보고 취재한 내용을 기록합니다. <편집자 주>

2005년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정부에서 주도하는 각종 생활기반시설에 BTL(Build-Transfer-Lease) 방식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BTL 방식은 민간자금으로 공공시설을 건설하고 소유권은 정부(발주처)에 주고 정부가 사업을 맡은 업체에 시설 임대료와 운영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한때는 'BTL 붐'이 일기도 했다. BTL을 포함한 민간투자사업의 시장 규모는 1994년 이후 꾸준히 성장해 2007년 10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이 같은 'BTL 붐'을 등에 업고 2010년 만들어진 2만1232㎡(6000평),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의 경주 예술의전당.

경주 예술의전당은 건립 당시부터 적자가 예견됐던 시설이었다. 경주에 거주하는 인구가 약 25만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미 대구에도 대형 예술의전당이 있고 경주와 인접한 포항 역시 시민들 수요가 있다며 대형 예술의전당 건립을 추진 중이다. 게다가 BTL 방식으로 건립된 만큼 적자 현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시에서 시설 임대료와 운영비를 메꿔야 한다.

<한경닷컴> 취재진은 지난달 27일 경주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경주 예술의전당은 신경주역 KTX보다 경주고속버스터미널(시외버스터미널)이 더욱 가깝다. 이에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경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4시간여 지나 경주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곧장 택시에 몸을 실었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경주 예술의전당까지는 5분 정도가 소요됐다. 신경주역에서는 택시로 20여분 정도가 걸린다.
지난달 27일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경주 예술의전당의 모습. /사진=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지난달 27일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경주 예술의전당의 모습. /사진=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현재 경주 예술의전당도 상황은 좋은 편이 아니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정국임을 제외하더라도 25만명이 사는 지역에 대형 예술의전당이 왜 들어섰는지 지역 주민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근에서 산책을 하던 김모(61) 씨는 "처음에야 대형 문화시설 들어온다고 좋아했지만 적자 이야기도 들리고…"라며 말을 줄였다.

택시기사 박모(57) 씨는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대형 행사를 한다고 해서 경주시민들이 대단한 관심을 갖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경주시민 윤모(47·여) 씨 역시 "크기는 엄청난데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 체감하는 것은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723억 들여 지었는데…경주시, 2030년까지 1680억 내줘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경주시로부터 제출받은 '경주 예술의전당 재정투자계획'에 따르면 경주시는 민간 사업자에게 2030년까지 △임대료 1144억원 △운영비 547억원 등 총 1680여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건립 당시에는 사업비 723억원이 민자로 들어갔지만 적자 현황과 상관없이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을 경주시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부속시설 순이익비용은 3억3000만원으로 측정된 가운데 초과이익 1억1000만원 가량을 제한 2억원만 경주시가 받고 있다.

아울러 지역 정가에서 매년 적자 폭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진 가운데 경주시 측은 적자 현황과 관련한 임오경 의원의 자료 공개 요구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24조에 따르면 민간투자사업으로 조성 또는 설치된 토지 및 사회기반시설은 실시협약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관리·운영되어야 한다. 이에 협약에 따라 지방치단체에서 운영사에 대한 어떠한 개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난달 27일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경주 예술의전당의 모습. /사진=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지난달 27일 <한경닷컴> 취재진이 찾은 경주 예술의전당의 모습. /사진=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경주 예술의전당을 운영하는 경주문화재단 측은 "2007년 계약 내용과 BTL 사업으로 투입된 예산만 갖고 적자운영으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계량화가 어려운 문화예술 효과의 특성과 지역사회 발전, 시민 문화복지 증대 등 순기능을 감안하면 현재 운영상태를 수치만 따져 적자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아울러 "경주 예술의전당은 경북 인근 지역 공연시설에 비해 월등한 가동률을 자랑한다. 3만여 명의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회원은 경주 예술의 전당의 적극적인 이용자들"이라며 "지난달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공연에는 경주시를 제외한 인근 지역 관람객이 70%에 달했다. 경주 예술의 전당은 지역문화 예술의 거점으로서 시민과 예술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주=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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