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지키면서 식사. 사진=연합뉴스

거리두기 지키면서 식사. 사진=연합뉴스

"지나치게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격상을 너무 서둘러도 방역에 부작용이 따른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의료계에서 코로나19 거리두기 단계를 선제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지만 좀더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면 다중이용시설 등을 이용하는 사람의 숫자를 줄일 수는 있다. 하지만 만능은 아니다. 자꾸 강한 대책만 내놓으면 국민들이 거리두기에 오히려 둔감해질 수 있다. 다음 번엔 확산세를 잡기 위해 더 쎈 대책을 내놔야 한다. 이른바 '방역 딜레마'다. 방역당국이 코로나19 거리두기 대응을 쉽게 높이지 못하는 이유다.
○거리두기 기준 속속 초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569명 중 국내 감염자는 525명이다. 이들 중 수도권 밖 환자는 35.8%에 이른다. 서울 강남구 연기학원(27명), 중구 상조회사(15명), 중랑구 체육시설(13명), 송파구 사우나(9명) 등 신규 집단감염이 서울에 집중됐지만 충북 제천 김장모임(14명), 청주 당구장 모임(18명) 등 수도권 밖서도 늘었다.

수도권에 비해 다른 지역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대응에 취약하다. 병상은 물론 의료진 등 의료자원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확산 상황보다 다른 지역의 확산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판단하는 이유다.

전국 각지서 확진자가 늘면서 거리두기 기준을 초과한 권역도 속출했다. 최근 일주일 간 경남권 확진자가 32명으로 1.5단계 기준인 30명을 넘었다. 경남지역은 진주, 하동, 창원 등 일부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하고 1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1단계를 유지하고 있는 충청권도 일주일 간 하루 신규 확진자 24명으로 1.5단계 기준 30명에 근접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17개 시·도 전체에서, 특히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확진자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매우 심각하고 긴박하다"고 했다.

그는 "지금 확산세를 막지 못하면 하루 1000명까지 확진자가 늘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세계 여러 나라가 겪는 대유행의 전철을 우리도 밟을 수 있는 중차대한 위기 국면"이라고도 했다.
○수도권 이동량 7% 정도 감소
방역당국은 지난 24일부터 수도권은 2단계, 호남권은 1.5단계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거리두기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수도권 거리두기 대응을 1.5단계로 높인 지난 19일을 기준으로 직전 한주 하루 1854만9000건이었던 수도권 이동량이 1717만3000건으로 7% 정도 줄었다. 전국 이동량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가 SK텔레콤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휴대전화 사용자 이동량을 분석한 결과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거리두기 대응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2.5단계 정도로 선제적으로 높여 이동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확진자가 속출하면 병상 자원이 부족해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5단계는 전국적인 유행이 본격화되는 단계다. 한주 동안 일 평균 확진자가 400~500명 이상이거나 확진자가 급격히 두배씩 증가할 때 발령하도록 돼 있다.

2.5단계가 되면 방문판매 등 직접판매홍보관과 노래방, 실내 스탠딩 공연장이 문을 닫아야 한다. 오후 9시 전에 영업을 끝내야 하는 '코로나 통금' 대상이 식당에서 대부분 다중이용시설로 확대된다. 마트와 백화점, 영화관, PC방, 오락실, 멀티방, 학원, 놀이공원, 이·미용실 등도 9시엔 문을 닫는다.

결혼식장, 장례식장 등에서 50명 이상 모이는 것이 금지되고 모든 스포츠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야 한다. 모든 종교모임은 비대면으로 바꿔야 한다. KTX, 고속버스 등의 운송수단은 예매 인원이 정원의 50% 이내로 제한된다. 사실상 대부분의 일상 활동이 중단된다.
○민생 경제 고려한 장기대응 고심
정부도 코로나19 대응 단계를 높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2.5단계 격상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손 반장은 "주간 평균 국내 환자는 382.4명으로, 2.5단계는 기준상으로는 이른 감이 있다"고 했다.

방역당국이 2.5단계 격상을 주저하는 이유는 수도권 2단계 격상의 효과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잠복기를 고려하면 대개 코로나19 단계 격상 효과는 10일 정도 지나야 나타난다.

수도권은 24일부터 2단계로 높였지만 이 지역 이동량은 1.5단계 전보다 6% 정도 줄어드는데 그쳤다. 1.5단계 시행 후 평균 7% 이동량이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아직은 2단계 시행 효과가 눈에 띄지 않는 셈이다.

반면 자영업자 등의 피해는 크다. 수도권 2단계 조치로 영업에 차질을 빚게 된 시설은 91만개에 이른다.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면 203만 개 시설이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거리두기에만 의존해 국민의 자발적 참여 동력은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손 반장은 "단계 격상은 사회적 비용과 누군가의 희생을 초래한다는 측면에서 국민 공감과 활동의 변화를 얼마나 유도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며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거리두기 2단계인 수도권은 방판시설 폐쇄 등 제한적 추가조치를 시행하고, 1.5단계 대상은 수도권 외 전국으로 확대한 뒤 효과를 좀더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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