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를 앞둔 대학가에서 비대면 시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내 확진자도 잇따라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예체능 학과의 실기시험의 경우 시험을 취소하고 다른 평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닷새째 300명대를 기록하며 대학가도 비상이 걸린 가운데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에 휴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닷새째 300명대를 기록하며 대학가도 비상이 걸린 가운데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에 휴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대학 "학생들 의견 수렴중"

27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코로나19 신규 대학생 확진자는 139명이다. 지난 9월 이후 누적 대학생 확진자도 440명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연세대, 서강대 등 전면 비대면 수업을 운영하는 대학도 한 주 사이 20개교가 늘었다.

문제는 다음달 초부터 중순까지 있는 기말고사다. 학생들은 시험을 보기 위해 이동하는 중이나 밀집된 시험장에서 감염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세희 고려대 총학생회 중앙비상대책위원장은 “학교는 (시험) 대면 원칙을 비대면 원칙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상당히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교내에 발생한 상황에서 학교 측이 대면 시험을 치를 역량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대부분의 서울 내 대학들은 대면 시험을 원칙으로 하고 교수 재량에 따라 비대면 전환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상반기 비대면 시험에서 드러났던 부정 행위, 형평성 논란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까지 대학 측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논의 중이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선택적 패스제’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도 나오고 있다. 선택적 패스제는 시험 성적이 공지된 이후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을 그대로 가져갈지 혹은 등급 표기 없이 ‘패스(Pass)’로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비대면 시험에서의 부정행위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일부 대학에서 상반기에 실시했다. 그러나 대면 시험이 진행된다면 선택적 패스제가 하반기에도 도입될 가능성은 낮다. 상반기에 가장 먼저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한 홍익대 관계자는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했다.

예체능 학생 "연습실 밀폐 공간인데..."

특히 예체능 학과는 2학기 실기평가를 앞두고 고민이 더 깊다. 서울대 음대는 대면과 비대면 방식을 두고 논의 중이다. 확진자가 3명 이상 나온 연세대 음대의 경우 대면 실기시험은 전면 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한양대는 대면 시험을 고수할 계획이다.

학생들은 실기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감염 확률이 높아진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연습실, 연주홀 등 밀폐된 장소를 방문할 수밖에 없어서다. 관악이나 성악을 전공하는 학생의 경우 협소한 공간에서 마스크를 벗고 반주자와 함께 수 시간을 연습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대학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이화여대 게시판에는 “신촌 일대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만큼 안전을 위해 비대면 평가 등 대안을 제시하거나 실기시험을 취소해야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대학 측은 최대한 방역지침을 준수한 채로 시험을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학과 특성상 실기비중이 크고 시험 시 방역지침 준수가 가능하다는 교수진들의 판단 하에 시험 취소는 하지 않았다”며 “실기 비대면 평가의 경우 비대면 시험으로 치를 경우 여러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고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양대 관계자는 “시험이 개별공간에서 한 사람씩 들어가 치르는 방식이기 때문에 방역지침 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김남영/최다은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