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황당한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져"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목소리 내야"
"부당한 지시는 거부하자" 항명 독려하기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 정지를 명령하자 검사들이 연이어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달 추미애 장관이 자신을 비판한 평검사 실명을 거론하며 "커밍아웃 해줘 좋다"고 하자 일선 검사들은 "나도 커밍아웃 하겠다"며 잇달아 항의표시를 한 바 있다. 당시 집단반발 사태가 재연될 조짐이다.

25일 오전까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추미애 장관을 비판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게시글마다 '공감한다' '동감한다'는 검사들의 응원 댓글이 50~70개씩 달렸다.

현직 검사인 김수현(사법연수원 30기) 제주지방검찰청 인권감독관은 "헌정 사상 초유의 총장 직무배제를 하려면 그에 걸맞은 이유와 근거, 정당성과 명분이 있어야 할텐데 직무배제 사유 어디에도 그런 문구를 발견할 수 없다"며 "너무도 황당한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니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고마해라···많이 묵었다 아니가···"라는 영화 대사를 인용하며 "갑자기 이런 영화대사가 떠오르는 것은 제가 영화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비꼬았다.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31기)는 "상급자 지시라 하더라도 그 지시가 부당한지 아닌지 깊이 고민하고 논의한 후 행동해야 할 것"이라며 "상사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최대한 설득하고, 설득되지 않는다면 거부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정 부장검사는 이번 조치에 대해 "정권에 기생하는 정치검사, 그리고 협력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부당한 지시는 거부합시다"라고 재차 제안했다.

앞서 추미애 장관이 직접 지목하며 "커밍아웃 해줘 좋다"고 언급했던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39기)도 "우리는 그리고 국민은, 검찰개혁의 이름을 참칭해 추 장관이 행한 오늘의 정치적 폭거를 분명히 기억하고 역사 앞에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김경목 수원지검 검사(38기) 또한 "오늘 '소위 집권세력이 비난하는 수사를 하면 언제든지 해당 세력 정치인 출신 장관이 민주적 통제,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검찰총장을 내칠 수 있다'는 뼈아픈 선례가 대한민국 역사에 남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정한 검찰개혁은 어떤 정치세력이 집권하더라도 영향받지 않고 절제된 검찰권을 공정하게 행사하는 것으로 이해해 왔다"며 "그런데 오늘 법무부장관의 권한 행사가 이전 집권세력이 보여주었던 모습과 다른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김창진 부산동부지청 형사1부 부장검사(31기)는 "이제는 다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후배검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 검사로서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썼다.

김 부장검사는 "어제 발표한 장관의 징계청구 사유는 사실상 검사에 대한 분명한 경고"라며 "장관이 하명한 사건을 수사하면 압수수색 상대방을 폭행해 기소돼도 징계는커녕 직무배제도 이뤄지지 않고, 정권에 이익이 되지 않는 사건을 수사하면 총장도 징계받고 직무배제될 수 있다는 분명한 시그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복무하되 이와 같이 위법하고 부당한 징계권 행사를 좌시하지 않는 것이 국민이 우리에게 부여한 의무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다른 검사들도 응원 댓글을 달며 호응했다. 한 검사는 댓글로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사유가 이렇게 납득하기 어렵고 근거가 빈약해도 되는 것인지, 이런 것도 검찰개혁의 일환이라는 것인지, 진짜 징계청구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스럽기만 하다"고 했다.

또 다른 검사는 "어째서 전 정권이 하면 '검찰 장악'이고 이번 정권이 하면 '민주적 통제냐. 이렇게 대놓고 수사를 방해한 적이 있기는 했나"라며 "내로남불과 뻔뻔함이 도를 넘는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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