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연말모임 풍속

기업들 '대면 행사' 줄줄이 취소
호텔엔 위약금 문의 부쩍 늘어

갈 곳 없어진 2030, 파티룸行
"방역 사각지대" 우려 목소리도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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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부터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송년회를 비롯한 연말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과거에는 저녁 모임을 점심으로 돌리거나, 연말 모임을 연초로 늦추곤 했지만 올해는 아예 취소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 호텔과 대형음식점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사실상 연말 장사는 접는 분위기다.

일부 기업들은 집단감염을 피해 온라인 송년회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젊은 층은 ‘파티룸’으로 몰려 논란이 되고 있다. 파티룸은 일반음식점이 아니어서 방역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방역 사각지대인 파티룸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식당 주인들 “연말 대목 날아가”
연말 ‘대목’을 준비하던 식당, 호프집, 유흥업소 등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거리두기 2단계에서는 유흥주점, 감성주점 등 유흥시설의 영업이 아예 중단되고 일반 음식점도 오후 9시 이후로는 포장·배달만 가능하다. 사실상 저녁 모임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사람들도 타인과의 접촉이 많고 거리두기가 어려운 장소는 꺼리는 분위기다.

예약 취소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주들의 하소연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하루에 대여섯 건 정도 들어오던 단체 식사 예약이 뚝 끊기고, 잡혔던 예약들도 취소되고 있다”며 “연말 장사만이라도 되면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호텔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2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되면 연회행사 참석 인원이 100명 미만으로 제한되고, 연회장과 식음시설도 오후 9시를 넘으면 문을 닫아야 한다. 한 서울시내 특급호텔 관계자는 “아직 대규모 예약 취소는 없지만 일정 변경과 위약금을 묻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운동 동호회를 운영하는 김모씨(40)는 “매년 가족 동반 송년회를 열었으나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회원만 모이는 것으로 모임을 축소했다가, 2단계 격상이 발표돼 아예 송년회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주변에서 ‘이 시국에 굳이 해야겠느냐’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측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전국적인 대유행이라는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2020년에 모임은 이제 없다’고 생각하고, 연말연시 모임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랜선 송년회’ 여는 기업들
기업들도 코로나19 감염 부담에 오프라인 송년회를 축소하거나 아예 중단하고 있다. 주한외국기업연합회(KOFA)가 지난달 주한 외국기업 지사장 및 인사 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올해 송년회 개최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절반은 송년회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안으로 ‘랜선 송년회’를 하는 곳도 적지 않다. 팀빌딩 프로그램, 레크리에이션, 공연, 회식 등 기존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줌’ ‘구글 미트’와 같은 화상회의 도구를 활용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직원 1000여 명이 참여하는 송년회를 온라인으로 준비하고 있다. 비대면 행사 전문 기업 쇼피파이의 이명길 대표는 “대기업부터 공공기관까지 다양한 회사에서 지난주에만 수십 건의 온라인 송년회 문의를 해왔다”며 “새로운 방식이 낯선 간부들을 위해 행사 하루이틀 전에 사전 연습을 통해 참여를 도와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젊은 층에서는 ‘파티룸’이 송년회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직장인 정모씨(31)는 다음달 서울 시내의 한 파티룸을 빌려 친구들과 송년회를 하기로 했다. 정씨는 “원래 서울 시내의 술집에서 하곤 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단계로 올라가 파티룸을 빌리기로 했다”며 “방역 조치를 잘하고 있다는 장소를 빌려 밤새워 놀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티룸은 각종 파티나 소모임을 열 수 있도록 건물을 개조해 빌려주는 공간을 말한다. 도심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조명, 음향기기 등이 갖춰져 있어 20~30대 젊은이들이 많이 이용한다. 음식 반입도 가능한 데다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최근 파티룸 업체들은 밤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90만원 안팎의 ‘올나잇’ 요금제로 젊은 손님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서울 마포구 한 관계자는 “구내에 파티룸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따로 방역 수칙은 없다”며 “파티룸은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지침이 내려온 게 없다”고 말했다.

김남영/이선우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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