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공무원의 아들이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등 4명이 고인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 유족 측은 20일 인권위에 신 의원과 김 청장, 해경청 수사정보국장인 윤모씨와 형사과장 김모씨 등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고인과 유족의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진정인은 이씨의 아들 이모군이다.

해경은 지난 9월 ‘이씨가 도박에 빠져 지내다 부채 등을 이유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군은 진정서에서 “고인과 유가족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 도박에 관련된 금융자료를 발표해 정신적 충격을 받고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이군의 어머니 A씨와 법률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이날 미성년자인 이군을 대신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A씨는 “열여덟 살 아들과 여덟 살 딸이 너무나도 가여워 매일 가슴으로 울고 있다”며 “(해경은) 민감한 개인신상에 대한 수사 정보를 대외적으로 발표해 명예살인을 자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들이 ‘도박하는 정신공황 상태의 아빠를 둔 자녀’로 낙인찍혔다”고 했다.

A씨는 “기본권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는 헌법 조항이 있음에도 (해경은) 금융거래를 조회해 민감한 부분을 (유족) 동의 없이 발표했다”며 “아들 입에서 ‘죽고 싶다’는 말이 나오게 만들었다”고 울며 호소했다.

신 의원은 9월 페이스북에 “해경에서 (이씨가) 귀순 의도를 갖고 월북한 것으로 공식 발표했다”며 “월북은 반국가 중대범죄이기에 월경 전까지는 적극적으로 막고, 그래도 계속 감행할 경우 사살하기도 한다”고 글을 올렸다. 이군은 진정서에서 “(신 의원의 글은) 인간의 생명을 경시하는 내용”이라며 “고인의 유가족과 진정인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 정신적 가해행위를 한 것으로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 진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