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연합뉴스
추징금을 다 납부하지 않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 본채를 강제로 처분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법원은 본채가 아닌 별채를 공매에 넘긴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20일 서울고법 형사1부 (부장판사 정준영)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검찰의 추징에 불복해 낸 이의신청 사건에서 이의 일부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연희동 자택 본채와 정원은 몰수 가능한 재산이라는 증거가 부족해 압류를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전 전 대통령의 셋째 며느리 명의로 돼있는 별채는 비자금으로 매수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공매에 넘긴 처분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내란 및 뇌물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2205억원의 추징금을 확정받았는데 이 중 1000억원 가량을 납부하지 않았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연희동 자택을 공매에 넘겼고 전 전 대통령 측은 2018년 법원에 집행 이의 신청을 냈다.

그동안 전 전 대통령 측은 연희동 자택 본채는 현재 부인 이순자씨 명의이므로 부인 명의의 자택을 압류하는 것은 제3자에 대한 집행이기에 무효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범인 외의 사람으로부터 추징하려면 법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며 "대통령 취임 전 취득해 불법 재산으로 취득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본채와 정원이 피고인의 차명재산에 해당한다면 피고인 앞으로 명의를 회복시킨 뒤 추징 판결을 집행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외 별채에 대해서는 "피고인(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받은 뇌물 일부를 처남이 자금 세탁을 통해 비자금으로 관리하다가 그 돈으로 취득했다"며 "셋째 며느리는 별채 취득 당시 국내에 거주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법원 결정에 대해 "법원의 결정문을 면밀히 분석해 이의 신청을 받아들인 부분에 적극적으로 항고하고, (압류) 집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 전 대통령 측 대리인은 "추징금 문제로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린 점에 전 전 대통령을 대신해 깊이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며 "법원의 결정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