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DNA 분석 기법 적용하고자 무명열사 3명 뼛조각 채취
조사위, 행방불명자 두가족에게 DNA 분석 취지 설명
5·18진상규명위 첫 현장 조사는 '행방불명자 찾기'(종합)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가 출범 11개월 만에 광주에서 첫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위는 40년째 생사조차 확인 못 한 행방불명자의 흔적을 찾고자 연고가 없는 5·18 희생자들의 묘소를 찾았다.

19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는 묘비에 이름 대신 '무명열사'를 새긴 희생자 3명의 뼛조각을 채취하기 위한 분묘개장이 이뤄졌다.

올해 1월 출범한 조사위가 첫 번째 현장 조사 일정으로 진행한 분묘개장은 유전자(DNA) 시료가 소진된 무명 열사의 뼛조각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목적을 뒀다.

5·18진상규명위 첫 현장 조사는 '행방불명자 찾기'(종합)
조사위는 DNA 분석 기술이 크게 발전한 만큼 무명열사의 뼛조각을 현재 기법으로 다시 분석할 계획이다.

분석에서 얻은 정보는 5·18 당시 행방불명된 가족을 찾아달라며 혈액 채취에 참여한 이들의 유전자형과 비교할 예정이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광주시와 전남대학교 법의학교실이 시행한 DNA 조사에서는 무명열사 11기 가운데 6기의 신원만 확인됐다.

조사위는 신원미상 상태로 남은 5기의 무명열사 가운데 그간 DNA 검사로 뼛조각이 소진된 3기의 분묘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이들 희생자 3명은 사망 당시 만 4세로 추정되는 어린이 1명과 성인 2명이다.

1980년 5월 20일에 사라진 아들 이창현(당시 7세) 군을 찾아 40년 동안 전국을 헤맨 이귀복(84) 씨가 전날 조사 취지를 전화로 통보받았다.

5·18진상규명위 첫 현장 조사는 '행방불명자 찾기'(종합)
이씨의 사연은 2년 전 5·18 38주년 기념식에서 영화 '택시운전사'와 '화려한 휴가'의 장면이 섞인 씨네라마 형식의 공연으로 재조명되기도 했다.

조사위는 삼촌이나 조카 등 방계까지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 기법을 적용해 정확도와 확인율이 종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5·18 행방불명자인 박광진(당시 5세) 군의 가족도 이씨처럼 조사위로부터 DNA 시료 채취 배경을 설명 들었다.

박군은 도청 앞 집단 발포가 있었던 5월 21일 전남 무안군 몽탄면에서 외할머니 임소례(당시 57) 씨, 외삼촌 김병균(23)·병대(14) 씨와 함께 기차를 타고 광주로 왔다가 함께 행방불명됐다.

현재까지 알려진 일가족 단위의 5·18 행방불명자는 이들 4명이 유일하다.

5·18진상규명위 첫 현장 조사는 '행방불명자 찾기'(종합)
STR(짧은 반복서열)뿐만 아니라 SNP(단일염기 다형성) 분석 기법까지 활용될 검사 기법은 제주 4·3항쟁 희생자의 신원 확인과 이산가족 상봉, 미아 찾기 등에도 적용됐다.

조사위는 행방불명자 가족 찾기 혈액채취 신청자의 유전자형과 일치하는 정보가 없다면 경찰청이 미아 찾기를 위해 구축한 유전자 DB와도 대조할 방침이다.

안종철 조사위 부위원장은 분묘개장을 앞두고 낭독한 추도사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조사 결과를 끌어내고자 한다"며 "행방불명자들의 유해를 반드시 확인해 유가족이 40년간 간직해온 슬픔을 위로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