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기자협회 소송 제기…"특별전술소대, 신분증 미지참도 위반"
홍콩법원 "경찰 민원 조사할 독립기구 없어…권리장전 위반"

지난해 홍콩을 뒤덮은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벌어진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민원이 잇달았지만 이를 제대로 구제할 시스템에 없어 인권에 대해 규정한 권리장전을 위반했다는 홍콩 법원 판결이 나왔다.

19일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이날 홍콩 고등법원은 경찰에 대해 제기되는 민원을 처리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고문과 잔혹 행위 방지 등에 대해 규정한 권리장전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경찰에 관한 민원을 처리하는 두 개의 기구가 운영되고 있지만, 하나는 경찰 관계자들로 구성돼 있고 다른 하나는 적절한 조사 권한이 없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립적인 기관에서 경찰의 부당한 공권력 사용이나 다른 형태의 잘못된 행위를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홍콩기자협회는 경찰의 강경진압에 따른 민원을 처리할 독립 기구가 없어 권리장전을 위반한 것이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홍콩 고등법원은 이와 함께 시위 현장에 투입되는 경찰 기동대인 특별전술소대(STS)가 신분을 알 수 있도록 오른쪽 가슴 부분에 표시하는 개인 식별번호를 노출하지 않은 경우도 권리장전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 개인식별번호는 작전 수행 중 불상사가 생겼을 경우에 책임 소재를 정확하게 가리기 위한 조치인데, 작년 시위 도중 이 번호를 노출하지 않은 사례들이 있어 문제가 됐다.

'랩터스'(raptors)로도 불리는 특별전술소대는 지난해 시위 현장에 투입돼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대원들이 제복에 개인식별번호를 노출하지 않은 탓에 잘못된 공권력 행사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려고 해도 대상을 특정할 수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홍콩 경찰은 법원 판결을 검토해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홍콩법원 "경찰 민원 조사할 독립기구 없어…권리장전 위반"

한편, 홍콩 경찰은 지난 9월 시위 현장에서 체포된 12세 소녀와 그 오빠에 부과한 벌금을 취소했다.

홍콩 공영방송 RTHK는 구의회 의원을 인용, 전날 경찰이 이들 남매에 대해 내린 벌금형을 취소하면서 아무런 설명은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9월 6일 홍콩 도심 몽콕에서 벌어진 입법회 선거 연기 항의 시위 현장에서 12세 소녀를 포함해 280여명을 체포했다.

당시 이 소녀는 문구류를 사기 위해 시내에 나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고 주장했는데, 세 명의 경찰이 소녀를 둘러싼 후 땅바닥에 쓰러뜨려 진압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경찰이 소녀를 붙잡자 소녀의 오빠가 달려들어 항의했다.

경찰은 이 소녀가 수상한 행동을 하며 달아나 붙잡았다고 밝혔다.

구의회 의원은 경찰이 남매에 대해 벌금을 취소한 것은 잘못을 인정한 것이라며, 피해자들을 도와 민원을 제기하고 경찰의 공식 사과를 받겠다고 말했다.

홍콩법원 "경찰 민원 조사할 독립기구 없어…권리장전 위반"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