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청에서 소상공인들이 새희망자금을 신청하고 있다.  /한경DB
지난달 26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청에서 소상공인들이 새희망자금을 신청하고 있다. /한경DB
대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을 신청했지만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은 정부가 지난 8월 집합금지업종으로 분류된 PC방 등 12개 업종에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가게 한 곳당 200만원을 지급한다. A씨는 ‘전국 모든 PC방에 200만원을 지원한다’는 안내문을 보고 새희망자금을 신청했다. 이후 4주 넘게 심사를 받았지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구에선 PC방이 영업을 중단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전국 PC방이 집합금지업종으로 분류돼 200만원을 준다는 안내만 들었고, 지방별로 기준이 다르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며 “‘좌석 띄어앉기’ 등 정부 방역 수칙을 다 지켜가며 영업했는데 허탈하다”고 했다.

“전국 PC방에 다 준다더니”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최근 대구 등 일부 지역의 PC방 업주들이 신청한 새희망자금을 지급하기 어렵다고 통보했다. ‘PC방이 집합금지업종은 맞지만 해당 지역 내 PC방은 영업을 지속했다’는 이유에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9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새희망자금 제도를 시행했다. 3조3000억원을 투입해 소상공인 241만 명을 돕는다는 내용이었다. 중기부는 일반업종과 특별피해업종으로 나눠 지원했다. 이 중 특별피해업종으로 분류된 집합금지업종과 영업제한업종에는 매출과 상관없이 각각 200만원, 150만원을 지급한다고 약속했다. 집합금지업종에는 8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집합금지 조치를 내린 PC방과 노래연습장 유흥주점 등 12개 업종이 포함됐다.

집합금지업종이라도 지방자치단체가 영업을 허용한 경우가 있어 혼란이 발생했다. 당시 대구 강원 등은 지자체 재량에 따라 방역수칙을 지키는 조건하에 PC방 영업을 허용했다. 대구 경북 강원 제주 등은 유흥주점 영업을 같은 조건에 따라 허락했다. 이들 지역 내 업소는 실제 영업을 중단하지 않아 특별제한업종에 지급하는 200만원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중기부와 소상공인공단이 배포한 안내문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다. ‘전국 12개 업종에 200만원을 지원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새희망자금을 신청한 소상공인들이 혼란을 겪은 이유다. 자영업자 인터넷 카페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일부 수도권 실내체육시설(집합금지업종)과 일반음식점(영업제한업종)도 지원금을 못 받았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경북의 한 PC방 업주는 “특별피해업종으로는 지원을 못 받는다고 해서 일반업종으로 신청하려고 했는데 관련 서류를 준비하느라 제출 시기를 놓쳤다”며 “콜센터에 수십 통 전화해도 통화가 안 된다”고 했다.

초기부터 ‘형평성’ 논란

정부가 마련한 새희망자금 제도는 발표 초기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당초 정부는 유흥업소와 콜라텍을 지원 대상에서 뺐다가 형평성 논란이 일자 부랴부랴 지원 대상에 넣었다. 여기에 올해 6월 1일 이후 창업한 소상공인은 지원받을 수 없다는 규정도 논란에 불을 붙였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안내문에는 전국에 지원금을 다 준다고 나와 있어 우리도 지자체별로 지원 여부가 다르다는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집합금지나 영업제한을 받지 않은 업종은 특별피해업종 지원이 어렵다고 사전에 각 지자체에 알렸다”며 “유흥주점과 콜라텍은 국회 4차 추경 논의 과정에서 지원 대상에 포함된 것”이라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