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생' 좋아하는 금융권
은행, 증권사 등 금융권에서 '인문·상경계 출신 채용'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최근 금융권이 발 빠르게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로의 업무전환에 따른 IT 디지털 분야 인력 수요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올 하반기 채용을 통해 나타난 금융권 채용 트렌드를 짚어봤습니다.

'IT시스템 개발, 모바일 웹·앱 개발, 디지털 UI/UX 기획, 데이터 분석'
어느 회사의 채용분야일까? 언뜻 보면 모바일 기반의 플랫폼 기업의 채용공고처럼 보인다. 하지만, 올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나선 NH투자증권 채용공고문이다. 증권사 채용에서 그 흔한 본사영업, 지점영업, 리서치 등의 모집은 없다.

채용전형도 철저히 실무위주다. IT직은 코딩테스트, 디지털직은 포트폴리오 PT면접이 필수다. 최근 증시가 호황을 보이면서 증권사들이 잇따라 채용에 나서고 있다. 9월초 삼성증권이 채용을 한데 이어 한국투자증권, KB증권, KTB투자증권 등이 채용을 한다. 이들 증권사도 핵심 채용 분야는 단연코 'IT'다. 이공계 전공자를 우대하는 분위기다.
'이공계생' 좋아하는 금융권
증권사 뿐 아니라 은행들도 이공계 출신·전문직 경력자를 선호하고 있다. 올해 주요은행 6곳의 상하반기 전체 채용규모는 1607명. 지난해보다 무려 64%나 줄어들었다. 은행들은 채용규모를 줄였지만 IT디지털·본사 전문직·글로벌 분야 채용은 확대하고 있다. 은행 6곳은 올 상반기에는 IT디지털 인력 수시채용을 모두 진행했다. 매년 정기채용을 통해서만 뽑아오던 농협은행은 위기감을 느꼈는지 채용연계형 인턴십을 통해 디지털 인력을 선발했다.

이공계생들의 은행 취업문이 넓어진 것도 특징이다. 하나은행은 글로벌 직무를 제외한 모든 직무(디지털·자금신탁·기업금융IB)에 이공·자연계열 출신이 지원 가능토록 했다. 특히 하나은행은 지원분야와 해당 전공이 맞지 않으면 지원할 수 없도록 지원자격을 강화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ICT 석·박사 특별전형을 신설해 AI,빅데이터,블록체인,소프트웨어,정보보호 등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일반직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 '수학·통계학·산업공학·금융공학 석사 이상 학위자'우대를 명시했다. 특히 공학·자연계열 전공자이면서 경제·경영을 복수전공자는 우대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이공계 우대 채용 트렌드로 인해 앞으로 '수학적 머리'를 가진 이공계 출신들의 상경계 복수전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