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억대 로비를 했다는 녹취록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최근 옥중 입장문을 내고 여당 정치인에게 로비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바 있다.

11일 주간지 시사저널이 보도한 김 전 회장의 녹취록에 따르면 그는 지난 3~4월 측근과의 통화에서 “2016년도 선거 때 민주당 김모 의원, 장관 인사, 부산에 모 유력 의원에게 실제로 형이 돈을 줬다고 얘기하라”며 “2억5000(만원) 줬으니까. 그때 울산에서 김영춘한테 직접 가서 돈 주고 왔단 말이야”라고 말했다. 이어 “기동민이한테는 두 차례에 걸쳐서 거의 억대 갔어. 한 세 차례 갔겠구나. 그 선거 할 때”라고 했다.

그는 녹취록에서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 김갑수 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기 의원, 이수진 민주당 비례대표의원 등을 언급하며 “폰타나 모임이라고 있어. 필리핀 모임. 필리핀 폰타나 리조트. (해당 인물들이) 그 비행기 탄 근거들이 다 있어”라고 했다.

이 같은 주장에 로비 의혹 당사자들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근거 없는 허위사실”이라며 “김봉현과 해당 언론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발하겠다”고 썼다. 김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봉현이라는 사람을 모르며 돈을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기 의원도 최근 검찰 조사에서 2016년 총선 전후 김 전 회장에게 양복을 받은 점은 인정했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녹취록은 김 전 회장의 그동안 진술과 엇갈리는 부분이 많다. 그는 지난달 25일 낸 3차 옥중 입장문에서 “라임과 관련해 여권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연루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지난 5일 추가로 낸 입장문에서도 “기 의원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고 그 증거 또한 없다”고 주장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