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협약 관련 노동법 개정... 정부안 상정 코앞
#여태 관망하다 뒤늦게 강경 투쟁 나선 양대 노총
지난 6월 정부가 제출한 ILO핵심협약 비준 관련 노동법 개정안이 정기국회 심의를 앞둔 시점에서 양 노총이 모두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한 강경 투쟁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지난해 5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가 종료된 후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 다시 정부안이 제출되기까지 1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야 강경 투쟁을 선언하고 나선 것을 놓고 다소 뜬금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기국회 시즌 노동계의 공동 투쟁 배경과 속내를 분석해 본다.
兩노총 '노동개악 저지' 공동 투쟁... 배경과 속내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번 주말인 14일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14개소에서 집회를 개최한다. ‘전태일 50주기 열사정신계승 2020 전노동자대회’로 이름붙이고 캐치프레이즈로 ‘노동개악 저지’와 ‘전태일 3법 쟁취’를 내걸었다.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정부가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이 ILO 핵심협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을 뿐더러 경영계의 의견을 덧붙이는 바람에 오히려 ‘개악’이 되고 말았다고 주장한다. 지난 9일 국회 앞에서 개최된 비정규노동자 기자회견에서는 민주노총은 사업장내 쟁의행위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2년→3년)을 대표적 사례로 지목했다. 이와 함께 △노동조합법 제2조의 근로자, 사용자 범위 확대 △1인 이상 사업장으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 전면 확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이른바 ‘전태일 3법’ 도입을 요구했다.

◆양노총, 노조법 정부안은 ‘개악’이라는 데 한 목소리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6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하반기 투쟁계획을 결정했다. 핵심 내용은 노동법 개정 저지 투쟁에 나선다는 것이다. ILO 핵심 협약과 관련해 정부가 추진하는 노조법 개정안이 사실상 개악안이라는 주장이다. △쟁의 행위 시 사업장 점거 전면 금지 △종업원 아닌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제한 △노조 전임자 활동 및 타임오프 한도에 대한 입법적 개입 등을 주요 ‘개악’ 내용으로 지목했다. 한국노총 위원장의 지역 현장 순회, 환노위 압박 투쟁 등을 거쳐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때 전국동시다발집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양 노총이 정부안을 놓고 ‘개악’이라고 부르는 데는 한 목소리지만 강조하는 부분은 약간씩 차이가 있다. 민주노총은 노조할 권리, 즉 노조 가입 범위 확대와 파업때 사업장 점거를 금지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반면 한국노총은 전임자 급여와 타임오프 한도 부분에서 목소리를 더 높인다.

◆한국노총, 전임자 급여 자율화에 중점

한국노총은 '근로 시간 면제 제도'의 피해자라는 인식이 있다. 과거 대기업 노조의 과도한 유급 전임자 수가 문제돼 도입된 타임오프 제도가 오히려 중소기업 노조에 직격탄이 됐다는 인식이다.

대기업 노조가 주축인 민주노총에 비해 한국노총은 중소기업 노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들 노조는 회사와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고 경우에 따라서는 노조 전임자들이 노무, 안전 관리 기능까지 담당하기도 한다. 회사에서 급여를 지급받으며 회사 업무까지 담당하던 중소기업 노조 전임자들의 활동이 타임오프제 도입으로 위축됐다는게 한국노총 주장이다. 2009년말 타임오프제 도입 등 노조법 개정을 저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장석춘 당시 한국노총 위원장은 그 다음해 노총 위원장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하는 진통을 겪을 정도로 한국노총에서는 민감한 이슈다.

민주노총은 노조 가입 범위를 확대하는데 조직력을 집중한다. 간접고용, 특고 종사자들이 대거 노조에 가입해야 노조 조직률을 끌어 올리고 민주노총 조직세를 확장할 수 있어서다. 교섭 상대방인 사용자의 범위도 원청업체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노조법은 기업 노조를 전제로 하고 있어 노조법상 근로자와 사용자의 범위가 너무 좁아 노동권 보장에 미흡하다는게 민주노총 인식이다. 산별 노조 전환과도 관련이 있다. 해고자, 실직자 등을 포함해 다양한 사람들이 노조에 가입할 수 있어야 기업별 노사관계의 틀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근로자·사용자 범위 확대에 촛점

ILO 협약 관련 노조법 개정안은 2018년 7월에서 2019년 5월까지 경사노위 논의를 거쳐 정부 법안이 국회에 두 번이나 제출됐다. 지난해 제출된 법안은 20대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됐다. 지금껏 변죽만 울리다 금년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인 심의를 코앞에 둔 지금에서야 양 노총이 공동 투쟁에 나선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우선 경영계의 반대를 의식한 ‘맞불용’이라는 분석이다. △해고자·실직자의 노조 가입 허용 △전임자 금여금지 규정 삭제 △부당노동행위 형사 처분 존치 등 정부 제출 법안 주요 내용이 노동계에 치우쳤다며 경영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로서는 내심 정부안대로 개정되기만 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셈법이지만 그러자면 경영계 주장에 반박은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경우 노동계 투쟁 선언은 ‘표정 관리용’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정부안이 재계를 달래기 위해 단협 유효기간 연장, 사업장 점거 쟁의행위 금지를 담은 것은 노동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 제출 법안의 내용을 변경해 노동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공세적 전략이라는 얘기다. 이 경우 노동계의 투쟁 수위는 예상보다 높을 수 있다. 양 노총의 셈법과 전략이 어느 쪽인지는 이 달중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최종석 전문위원/좋은일터연구소장 js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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