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기 KAIST 경영대 교수.
김만기 KAIST 경영대 교수.
“유엔이 발주하는 공공조달 시장 규모가 1년에 20조원이 넘는데, 한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1%도 안 됩니다. 경제 규모에 비해 초라한 성적이죠. 우리 기업들이 유엔 조달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책을 썼습니다.”

지난달 국내에서 처음으로 한국 기업의 유엔 조달시장 진출을 돕기 위한 전문 서적 《국제입찰Ⅱ 유엔조달사업》을 펴낸 김만기 KAIST 경영대학 교수(60·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책을 쓴 이유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1990년대부터 호주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직접 공공조달 사업을 수주해낸 김 교수는 KAIST ‘국제입찰 및 공공조달 관리자과정(IGMP)’의 책임교수로, 국제입찰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해 국제입찰과 관련한 첫 번째 전문 서적 《국제입찰Ⅰ 미국 연방정부 및 주정부 조달》을 쓴 그는 이번엔 유엔 조달시장을 겨냥해 책을 썼다.

유엔 공공조달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수주 실적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참담한 수준이다. 유엔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유엔 조달시장 규모는 188억달러(약 21조원)다. 이 가운데 한국 기업이 수주한 금액은 약 1억6000만달러(0.85%)에 불과하다. 나라별로 보면 35위로, 미국(1위)과 인도(2위)는 물론 아랍에미리트(UAE·3위), 케냐(9위)보다도 한참 뒤처진다. 김 교수는 “수출 강국이라 자부하는 한국의 성적이라고 하기엔 창피한 수준”이라고 했다.

이유가 뭘까. 김 교수는 “공공조달 시장에 대한 기업인의 이해와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예컨데 유엔에선 조달 공고를 내기 전에 사전 시장조사·사전입찰 절차를 진행하는데, 이 절차에 적극 참여하며 공고를 준비하는 미국이나 인도 기업들과 달리 국내 기업은 대개 공고만 보고 조달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유엔 공공조달 사업을 따내기 위해서 길게는 1년 가까이 사전 준비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기업 대표가 인내심을 갖고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야만 유엔 조달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만기 KAIST 교수 "코로나 경제위기, 유엔 조달시장이 돌파구"
김 교수는 “전문인력 양성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복잡한 유엔 조직 구조에 대한 이해부터 입찰 과정에 이르기까지 조달시장 참여를 위한 실무 지식을 가르쳐주는 곳이 마땅히 없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가 《국제입찰Ⅱ 유엔조달사업》에서 제안서 작성 방법부터 성공사례 분석까지 실무적인 내용을 주로 담은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우리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를 유엔 조달시장 진출의 기회로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엔에서 먼저 한국 기업을 소개해달라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을 정도로 보건의료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이 크게 올라갔다”며 “우리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국제 조달시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올 연말까지 《국제입찰Ⅲ 다자개발은행 조달사업》을 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