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아베 담화 경시 관측…"이후 내각엔 효력 없다" 발언 빌미
아베, 퇴임 직후 활발한 보수 결집 행보는 불만 표출이란 해석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염두에 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안보 담화를 경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8일 보도했다.

아베 전 총리의 최근 활발한 움직임은 자신의 노선을 계승하도록 스가 총리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는 억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현직 총리 사이의 알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신문은 전했다.

日스가-아베,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놓고 '삐걱'?
스가 총리는 지난 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베 전 총리의 안보 담화에 대해 "나의 내각에서도 담화에 근거해 논의를 진행, 바람직한 방책을 생각해 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해당 담화는 각의 결정을 거치지 않았다"며 "원칙적으로 그 효력이 이후 내각에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아베 전 총리는 퇴임을 불과 닷새 앞둔 9월 11일 북한의 위협 등을 거론하며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염두에 둔 새로운 미사일 방어 대책을 연말까지 마련하도록 당부하는 총리 담화를 발표했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은 일본을 공격하는 탄도미사일을 상대국 영역에서 저지하는 개념으로, 적국의 미사일 발사 기지 등을 공격하는 원거리 정밀 타격수단 등의 보유를 의미한다.

나아가 마이니치신문은 적 기지 공격 능력에 대해 "공격당하기 전에 적 미사일 기지 등 거점을 타격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사실상 선제 타격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본 평화헌법에 기반을 둔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담화를 통해 연말까지 미사일 억지 방안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지만, 스가 내각은 연내 결론을 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교도통신도 정부와 여당이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연말께 수정이 예상되는 '방위계획대강'에 명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지난 5일 보도했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방위계획대강에 명기하는 방안을 보류한 것은 이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는 연립 여당인 공명당을 배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아울러 스가 총리는 미사일 방어와 관련해 각의 결정을 동반하는 총리 담화 등 정부 문서 작성에 소극적인 것으로 여겨진다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교도통신은 전했다.

日스가-아베,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놓고 '삐걱'?
그러나 스가 총리가 '아베 담화'를 소홀히 취급하면, 아베 전 총리와 자민당 내 보수파의 반감을 살 가능성이 있다.

자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아베 전 총리가 출신 파벌인 호소다(細田)파 모임에 참석하고 당내 보수계 의원 모임에도 출석하는 등 퇴임 직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무언가 불만이 있을 것"이라며 아베 담화에 대한 스가 총리의 차가운 태도를 그 배경의 하나로 꼽았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이 중진 의원은 "향후 정권 운영과 중의원 선거를 생각하면 전·현직 총리 사이에 압력이 있는 것은 여론에 마이너스"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