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결성돼 복지사각지대 이웃 위한 반찬 지원 등 다양한 활동
[#나눔동행] 동네사람은 한가족…부산 개금2동 이웃사랑회
"우리동네 사람인데 우리가 안 챙기면 누가 챙깁니까?"
지난 5일 오전 부산 엄광산 자락 부산진구 개금2동에 자리 잡은 행복마을사무소.
사무소 유리 출입문을 열자 맛있는 음식 냄새가 가득했다.

마을 잔치를 준비하나 싶을 정도였다.

"반찬은 거의 다 된 것 같고, 김치찌개는 어떻게 됐노?"
"이제 조금만 더 끓이며 된다.

기다려봐."
건물 지하 1층 공동작업장에서는 평균 나이가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살림 베테랑 주부들이 미소를 지으며 점심 반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2011년에 결성된 개금2동 이웃사랑회 멤버들이다.

김복선 회장(70)과 회원들은 테이블 위에 둥근 반찬통을 가지런하게 놓은 뒤 아침부터 만든 반찬을 정성스럽게 채워넣기 시작했다.

이날은 동네에 사는 어려운 이웃 18가구에 도시락을 전달하는 날이다.

정성 가득한 도시락을 받는 이들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에 포함되지 못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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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돼지고기와 두부가 든 김치찌개, 무채 무침, 바나나, 김치 등이다.

이날 메뉴에는 롯데호텔에서 후원한 돼지갈비도 추가됐다.

김 회장은 "할머니 없이 혼자 된 할아버지들이 밥은 제대로 먹지도 않으면서 김치에 막걸리만 퍼마시는 게 너무 안쓰러워서 반찬 도시락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할머니들은 혼자서도 척척 잘 챙겨 먹는데 이 정도 나이 먹은 할아버지들은 요리라고는 전혀 못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도시락 준비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돼 갈 때쯤 김 회장은 도시락 꾸러미 하나를 들고 한 장애인 가족이 사는 집으로 향했다.

복잡한 길을 돌고 돌아 찾아간 한 건물 반지하 현관문을 여러 번 두드리자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놀라면서도 반가운 표정의 60대 주민 A씨는 김 회장을 반갑게 맞으며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라는 인사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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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을 건넨 뒤 자동차도 벅찬 오르막길을 걷는 김 회장 발걸음은 한없이 가벼워 보였다.

도시락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만든다.

회원들이 무조건 집으로 배달해주는 것은 아니다.

집에만 있으면 기력이 더 없어지고 건강도 해칠 수 있다며 어지간하면 직접 행복마을사무소로 와서 받아 가게 한다.

개금2동 이웃사랑회는 단순히 소외계층 도시락 지원만 하는 단체는 아니다.

마을 데크길 조성, 집안 쓰레기 치우기와 정리, 노인 이불 빨기, 화단 정리 등등 주거환경 개선을 목표로 이들 손길을 안거치는 곳이 없다.

회원 46명이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본인 살림은 그대로 하면서 쉴 시간을 쪼개서 이웃을 돕고 동네를 챙기는 일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웃사랑회는 활동을 위해 십시일반으로 회비를 내거나 된장이나 고추장을 들고 오기도 하고, 기업이나 기관 후원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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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거점 공간인 행복마을사무소를 관리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임무'다.

행복마을사무소는 부산지역 낙후 마을에 물리적, 경제적, 문화적 활력을 불어넣는 부산시 마을재생사업에 따른 것으로 복권기금으로 조성됐다.

사무소 건물은 지하 공동작업장, 1층은 관리사무소, 2층은 공부방과 도서관, 3층은 옥상인 하늘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웃사랑회 활동은 우수한 도시재생사업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경북 포항 등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개금2동을 찾아오기도 하고, 김 회장이 강연하러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경남 김해 출신인 그는 결혼을 계기로 부산으로 건너와 40년 넘게 개금2동에 살고 있다.

한때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으나 퇴직한 이후로는 오로지 봉사활동만 하고 있다.

사회복지관 주방에서 3천 시간 넘게 봉사활동도 했다.

특별한 지병 없이 아직은 건강하다는 김 회장은 "지금 건강해도 남은 시간이 무한대로 있는 게 아니다"며 "먼 훗날 살아온 시간을 돌아봤을 때 남을 돕고 사는 지금 순간이 없다면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아있는 동안에 건강이 허락되면 지금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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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