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진솔한 어록과 선행도 재조명…사흘째 추모 물결
순도 100% 긍정 에너지 모두 나눠주고 떠난 故박지선
방송팀 = "본인이 아프면서도 남들에게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그래서 그의 죽음이 더 슬픈 것 같습니다."

KBS 2TV '개그콘서트' 시절부터 개그맨 박지선을 오래 봐온 한 방송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이틀 전 박지선이 갑자기 세상을 등졌을 때 개그계는 물론 고인과 한 번이라도 인연이 닿았던 연예계 관계자들이 큰 충격에 빠져 빈소로 달려온 것도 이와 비슷한 생각에서일 것으로 보인다.

박지선은 생전 '무해한 웃음'을 추구했고 실제로 무대에서 남을 비하하거나 하는 일 한번 없었다.

주변을 깎아내리지 않고도 웃기는 것은 개그맨들에게도 상당히 어려운 부분인데, 박지선은 13년의 개그맨 생활 동안 이 원칙을 고수했다.
순도 100% 긍정 에너지 모두 나눠주고 떠난 故박지선
또 박지선의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도 묻어났듯이 가족과의 일상부터 자신이 진행을 맡은 행사 등 일터에서까지 그의 삶은 유쾌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박지선 트위터 '멋쟁이 희극인'에는 이번에 함께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재밌고도 알콩달콩했던 일상이 여전히 남아있다.

"아침에 화장실 변기가 터진 줄 알고 깜째기(깜짝) 놀라서 나가봤더니 엄마가 거실에서 전기담요로 청국장을 띄우고 있었다. 신난다. 집에 화장실이 5개는 생긴 기분이다." "날이 춥다고 엄마가 무스탕 조끼를 하나 사주셨는데 아침에 출근할 때 보니까 경로당 가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나랑 비슷한 조끼를 입으셨다. 신난다."

그의 아버지는 과거 포털 사이트 질의응답 코너에 올라온 "박지선이 진짜 여자냐"는 악성 질문에 "박지선은 사인도 없다. 처음으로 사인을 그렇게 해준 사람에게 미안해서라도 바꾸질 못하겠단다. 버스 기사님, KBS 경비 아저씨께 인사 잘하는, 속이 깊고 겸손한 개그맨이다. '내 딸' 박지선의 건강과 무궁한 발전이 함께하길 바란다"고 사랑과 재치가 가득 담긴 답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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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남긴 진솔한 응원이나 격려의 메시지도 '어록'으로 재조명받는다.

그는 2015년 청춘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임용고사 학원에서 수업을 듣던 중 함박눈이 내리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이 진정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렸더니 교실에서 친구들을 모아놓고 웃겼을 때가 생각나 그 길로 학원 문을 박차고 나와 KBS 개그맨 시험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고 회상했다. 결과는 "들어가자마자 합격"이었다고.

피부 질환으로 개그맨이면 누구나 시도하는 분장 개그조차 할 수 없었고, 마지막에는 조명이 내리쬐는 행사장에 서는 것조차 어려웠던 박지선이지만 그는 "나는 내 얼굴을 사랑한다. 나 자신조차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날 사랑해주겠느냐"고 자신은 물론 청중들도 격려해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군더더기 없이 '착한 공감'을 끌어냈던 박지선은 방송가는 물론 다양한 강연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그런 박지선이 유일하게 '험한 말'을 했던 순간은 지난해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했을 때인데, '1995년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후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에 대응해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한 말'을 맞히는 문제에 답하면서다.

그는 "나막신을 다 지압신으로 바꿔 주겠어", "코에서 초고추장 나와 스시 찍어 먹게 해주겠다"처럼 의도적인 오답을 외치며 우회적으로 일본에 일침을 가해 시청자의 호응을 얻었다.

고인은 남몰래 선행도 해왔다. 한 대학생은 전날 포털 게시판에 글을 올려 학창 시절 자신의 국어 선생님 친구가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자신에게 급식비와 문제집 사는 비용 등을 지원하며 공부할 수 있게 해줬는데, 그 친구가 알고 보니 선생님과 고려대 동기이자 절친한 사이였던 박지선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내용은 취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순도 100% 긍정 에너지 모두 나눠주고 떠난 故박지선
이렇듯 박지선은 생전 주변에 순도 100%의 희망과 긍정 에너지를 선물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번에 개그맨뿐만 아니라 행사장에서 인연을 맺은 배우들이나 아이돌 스타들도 조문을 오는 것을 보고, 고인은 한 번 만나도 잊기 어려운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비통해했다.

이대목동병원에 차려진 박지선과 그의 어머니 빈소에는 장례 사흘 차인 4일에도 방송 관계자와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은 배우 이윤지 등이 조문했고, 송은이와 오나미 등은 상주하며 슬픔을 달래고 있다.

박지선이 사랑했던 그룹 H.O.T.와 배우 한지민 등 연예인을 비롯해 각종 연예기획사, 영화와 방송 관련 협회에서 보낸 조화도 빈소를 빼곡하게 채웠다.

발인은 5일 오전 11시, 장지는 인천가족공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