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새 손님 가장 많은 날"…'턱스크·다닥다닥' 거리두기 무색
지자체·경찰 방역 합동점검…업주들도 "문제 생기면 더 타격" 조심

핼러윈데이인 31일 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심 번화가에는 가을밤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발 디딜 틈 없이 빽빽…서울 대신 지역으로 '핼러윈 풍선효과'
서울 이태원과 강남의 대규모 클럽 대부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 차원에서 문을 닫자, 경기와 인천 등 지역 번화가로 대거 몰린 분위기였다.

'핼러윈 즐기려다 진짜 유령이 될 수 있습니다'라는 코로나19 재확산 위험을 경고한 방역 당국의 문구에도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자 '제2의 클럽발 확산이 재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인천 지역 최대 번화가인 부평 테마의 거리 일대에는 이날 이른 저녁부터 핼러윈을 즐기러 나온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200m가량 이어지는 주요 골목 내 음식점이나 술집에는 모두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거리마다 마스크를 턱에 걸치거나, 아예 벗어둔 채로 담배를 피우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발 디딜 틈 없이 빽빽…서울 대신 지역으로 '핼러윈 풍선효과'
테마의 거리 내 클럽형 감성주점 7곳은 이날 모두 정상 영업 중이었다.

입장이 가능한 오후 8시가 다가오자 한 클럽형 감성주점 앞에는 금세 긴 줄이 형성됐다.

사실상 클럽형 감성주점과 다를 바 없는 인근 '헌팅 포차'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건물 2층에 있는 한 유명 포차 앞에는 대기 손님들로 계단을 가득 채우고서도 바깥까지 줄이 이어졌다.

손님들이 빽빽이 들어선 계단에서는 거리두기가 전혀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친구 2명과 놀러 나온 노모(27)씨는 "워낙 사람이 많은 거리이긴 하지만, 이 정도 인파가 몰린 것은 처음 본다"며 "멀리 서울까지 가기보다 다들 가까운 거리에서 즐길 수 있는 이곳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주점 거리 역시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거리로 나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발 디딜 틈 없이 빽빽…서울 대신 지역으로 '핼러윈 풍선효과'
한 헌팅포차는 젊은 손님들로 가득 차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테이블 간격은 1m가 채 되지 않아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닥다닥 붙어 앉은 사람들은 시끄러운 음악 소리 때문에 큰 소리로 대화하고 있었다.

입구에는 내부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는 손님 50여 명이 모여 긴 줄이 만들기도 했다.

거리에서 만난 한 20대는 "핼러윈 데이를 맞아 친구들과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서 외출했다.

코로나19가 조금은 걱정돼서 먹고 마실 때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마스크를 벗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근 주점 관계자는 "최근 몇 달간 손님이 가장 많은 날"이라고 했다.

대전 서구 둔산동 번화가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서울 유명 클럽 임시 휴업을 틈타 소셜미디어를 통해 업소 홍보를 했던 일부 클럽과 헌팅포차 앞에는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입장을 기다렸다.

발 디딜 틈 없이 빽빽…서울 대신 지역으로 '핼러윈 풍선효과'
병원에서 일한다는 최모(24)씨는 "근처에서 일을 마치고 친구와 왔는데, 평소 주말보다 들뜬 분위기는 있다"며 "밥 먹을 때 빼고는 마스크를 벗어선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 클럽 13곳 중 장기 휴업 중인 3곳을 제외한 10곳이 지난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사흘간 자진 휴업에 들어가면서 클럽 밀집 지역인 로데오거리는 평소 주말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인근 주점, 음식점 주변은 핼러윈을 즐기는 인파로 북적거렸다.

동성로 한 주점 관계자는 "어제부터 클럽이 휴업해선지 우리 업소뿐 아니라 다른 주점에 평소 주말보다 더 많은 손님이 찾고 있다"며 "종업원들에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해 방역 지침을 지키려 한다"고 말했다.

축제 분위기로 한껏 들뜬 거리 속에서도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발 디딜 틈 없이 빽빽…서울 대신 지역으로 '핼러윈 풍선효과'
각 지자체는 경찰 등과 함께 합동점검반을 편성해 유흥지역 내 고위험시설을 돌며 방역수칙과 식품위생법 준수 여부 등을 점검했다.

대구 중구 관계자는 "손님을 끌기 위해 클럽 형태 영업을 하는 곳이 없는지, 종업원 등 업소 관계자들이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지키는지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의 한 호프집 주인(36)은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저희가 더 타격을 입기 때문에 평소 주말보다 더 신경 쓰며 영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발 디딜 틈 없이 빽빽…서울 대신 지역으로 '핼러윈 풍선효과'
(김상연 한무선 이재림 김솔 이영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