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공사대금채권 갖고 있다면 유치권 인정돼"

특정 부동산에 대해 공사대금채권을 갖고 있는 경우, 부동산을 원래 소유했던 업체의 파산관재인이 해당 부동산을 피담보채권으로 받아 경매에 넘기더라도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가 피담보채권으로 취득한 건물을 두고, 이 건물의 일부 층에 대해 유치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피고들에 대해 "유치권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사건을 다시 살펴보라"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부산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부산에 본사를 뒀던 A저축은행은 2009년 B업체에 돈을 빌려주면서 이 업체가 소유한 건물을 담보로 잡았다. 이후 B업체가 대출을 갚지 못하자 A저축은행은 2012년 건물을 경매로 내놨다. 그런데 A저축은행이 2014년 파산하면서 다시 예금보험공사는 A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됐다.

그러자 이 건물의 일부 층에 대해 증축 및 인테리어 공사를 했던 C씨와 D씨가 각각 3억5300만원과 5억2000만원의 공사대금채권에 해당하는 유치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치권이란 채권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유치권자가 채권이 변제될 때까지 물건이나 부동산을 점유하고 인도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다. 쉽게 말해 '빌려준 돈이나 받을 돈을 받지 못했으니, 빌려간 사람의 다른 재산을 갖고 있겠다'고 주장할 수 있는 권한이다. C씨와 D씨는 2013년 이 건물의 2~3층과 4~5층 공사와 관련해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유치권이 있다고 신고서를 냈다.

1심은 C씨와 D씨에게 유치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C씨와 D씨가 유치권 행사를 위해 공고문을 게시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이들이 이 건물의 경매 개시 결정 이후 배당요구종기일(경매를 통해 매각한 금액에 대해 채권자들이 배당을 요구할 수 있는 기한)로부터 약 2개월 뒤에야 유치권 신고를 한 점에 비춰봤을 때, 건물이 B업체로부터 A저축은행에 압류되기 전부터 이곳을 점유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또 부동산 현황 조사를 통해 해당 건물의 각 호실의 점유관계를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C씨와 D씨가 주장하는 건물 일부층에 대해 각각 유치권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C씨와 D씨는 B업체와 각각 계약을 맺고 부동산 증축 및 인테리어 공사 등을 진행했고, 공사를 끝난 이후에도 출입문 열쇠를 받아 각자 공사를 맡은 층을 관리했다"며 "이에 따라 공사대금채권을 갖고 있어 공사가 진행될 무렵부터 계속 해당 부동산을 계속 점유하고 있다고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법 재판부는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대로 C씨와 D씨에 대해 유치권 행사를 인정하는게 맞다"면서도 "등기부와 현황이 불일치하는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C씨와 D씨가 유치권 신고서를 각각 제출했지만 건물의 어느 부분을 점유하는지, 유치권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특정하는지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법은 "유치권은 인정하나 다시 심리·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