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계 의견 수렴 부족
업계 "서면으로라도 의견 전달"
법무부는 지난달 28일 상법개정안과 함께 집단소송제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다음달 9일까지 의견 수렴을 받는다. 하지만 이 기간에 집단소송제를 논의하는 공청회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는다. 법무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우려돼 아직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중 한 사람 또는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해 승소하면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현재는 증권분야에만 한정돼 있지만 집단소송제법이 제정되면 모든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기업 측에서는 이 제도의 도입으로 소송비용이 급격히 늘어 경영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의 제정안에는 ‘법 시행 이전에 생긴 사항에도 적용한다’는 소급적용 조항이 포함돼 있다. 법조계에서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불소급’ 원칙을 위반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집단소송제법을 원안대로 국회에 제출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집단소송제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소송 남발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고민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정부에서는 공청회도 없이 원안대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일단 서면으로라도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다음달 초 4300여 개 회원사 기업들을 대표해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의 서면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제조물 책임법, 자동차관리법 등 분야별로 20여 개 법률을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는 기준이 높다”며 “여기에 추가적인 법안을 만드는 것은 기업에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것이란 점을 조목조목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2일 상법개정안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및 집단소송제 확대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의견서에선 “입법예고안대로라면 국내 30대 그룹을 기준으로 소송 비용이 최대 10조원까지 증가한다”며 “이는 현행 소송비용 추정액 1조6500억원보다 여섯 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신규 일자리 창출과 미래 먹거리 산업 투자에 쓰일 돈이 소송으로 낭비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안효주/문혜정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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