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이 넘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미사용 충전금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화폐 충전금에 대해 보증보험 가입 등 안전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와 경기도 등 올해 국정감사 대상인 9개 광역자치단체(지역화폐를 발행하지 않는 제주도 제외)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9개 지자체가 발행한 지역 화폐는 5조3069억원, 그 중 미사용 충전 잔액은 1조64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미사용 충전 잔액 중 보증보험과 질권 설정 등을 통한 지급보증금액은 573억원, 지급보증률은 5.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나머지 1조72억원은 충전금을 운용·관리하는 민간업체가 부도가 날 경우 상품권을 선불 구매한 국민들이 되돌려 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서울시의 경우 미사용 충전잔액이 2288억원에 달했지만 지급보증금액은 1억원에 불과했다. 경기도 역시 지급보증률이 17.0%에 그쳤다.

금융당국과 지역화폐 관련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지역화폐 미사용 충전금과 관련된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권 의원의 질의에 행안부와 지자체는 "충전금을 운용·관리하는 민간 업체에 대한 감독 권한은 금융감독원에 있다"고 답했다. 반면 금감원과 금융위원회는 "지역화폐 사업자는 지역사랑상품권법상 지자체 소관이며 앞으로도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권 의원은 "특정 업체가 독점적으로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는데도 충전금을 보호할 안전장치가 사실상 전무하다"며 "행안부가 나서서 자금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강도 높은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