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 조정이 끝나기도 전에 파업 찬반투표 ... 적법
조정전치주의 원칙도 허무는 대법 판결
2013년 12월과 2014년 2월 두 차례에 걸친 철도노조의 민영화 반대 파업은 모두 적법하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민영화에 반대하는 목적의 분명하지만, 노조가 제시한 주된 파업 목적 중 하나로 임금협상이 포함돼 있어서 적법한 파업이라는 결론이다. 또 노동위원회의 조정이 종료되지도 않은 시점에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것도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이를 두고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조정전치주의’라는 법 원칙을 허무는 판결이라고 평가한다.
대법, 2013-14년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은 모두 합법

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은 지난 15일 한국철도공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징계 재심 취소 소송에서 중노위의 손을 들어줬다. 결과적으로 노조에게 승리를 안겨 준 것이다. 철도공사가 파업 참가 노조원들에 대해 불법 파업의 책임을 물어 징계한 것은 부당하다는 당초 중노위 판정은 위법하지 않다는게 대법원 판결이다.

2013년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현 SRT) 발족을 저지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파업에 들어가기 전인 2013년 11월 12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가 같은 달 27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기 전인 11월 20일 노조는 이미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갔고 투표 결과에 따라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조정 절차가 종료되기도 전에 쟁의행위 관련 절차를 개시했으므로 조정전치주의를 규정한 법 규정을 위배한 것이라고 공사 측은 판단했다. 절차상 위법한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에 대해 철도공사는 징계 책임을 물었고 결국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재판 과정에 철도노조 조합원들은 참고인으로 참여했다. 2013년 12월의 1차 파업과 2014년 2월의 2차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인 이들은 △업무 거부 △1인 승무 시범 운행 방해 △차랑사업소장 폭행 등의 사유로 공사 측으로부터 징계를 받자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중노위가 이를 받아들여 부당징계로 판정하자 이번엔 철도공사가 소송을 제기했다.

철도공사 측은 재판과정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는 노동위원회의 조정안 수용 여부가 반영돼야 하는데도 조정이 미처 종료되기도 전에 파업에 돌입한 것은 위법하다고 2001년 대법원 판례를 들어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조정전치주의는 쟁의행위 발생을 회피하는 기회를 주려는 데 있는 것이지 쟁의행위 자체를 금지하려 데에 목적이 있지 아니하다”며 “쟁의행위 찬반투표 당시 노동쟁의 조정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쟁의행위 정당성을 판단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철도공사 노조 파업이 적법하다고 본 것이다.

◆조정절차 종료 이전 찬반투표해도... 적법

대법원판결 내용을 두고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조정전치주의 원칙을 허무는 판결이라는 평가다. 법에 따라 민·형사 책임까지 면제해 주는 합법 파업은 목적, 절차, 방법이 모두 정당해야 한다. 그중에서 절차적 정당성은 파업 이전에 조정 절차를 거치도록 요구한다. 조정전치 의무다. 이는 분쟁을 사전 조정해 쟁의행위 발생을 회피할 기회를 주려는 데 목적이 있다.

대법원의 판결대로라면 노동위원회의 조정은 파업에 들어가기 위한 명분 쌓기용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조정 절차가 종료되기 전이라도 파업에 들어갈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사실상 파업수순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영화 반대 목적 파업도 임금협상 포함됐다면... 적법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2014년의 2차 파업의 주된 목적 가운데 하나가 2013년도 임금협상이었다는 점을 들어 합법 파업이라고 판시했다. 노조 비록 1차 파업에 따른 조합원 징계,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 등을 내세웠지만 이 때문에 파업 목적의 정당성이 부인되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2014년 2차 파업 때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이미 1차 파업 당시 찬반투표를 했기 때문에 적법하다고 대법원은 판결했다. 1차 파업과 2차 파업의 주된 목적이 ‘2013년 임금협상’으로 공통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민영화 반대를 내 건 철노노조의 2013년~2014년 파업을 둘러싼 법정 공방은 이로써 노조 측의 완승으로 끝났다. 파업 목적이나 절차 모두 적법하다는 게 대법원의 최종 결론이다. 대법원이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판단하면서 ‘조정 절차’의 의미를 대폭 축소한 걸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최종석 전문위원/좋은일터연구소장 js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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