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상업지역의 지하도상가 운영권 및 임대료를 놓고 상인들과 서울시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은 계약이 만료된 시점에서 지하도상권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다며 27일까지 민간 경쟁 입찰을 실시하고 있다. 반면 상인들은 상권을 빼앗기거나 혹은 더 높은 임대료를 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상인들 “코로나에 임대료 상승 버거워”

25일 서울 강남역지하도상가 상인회에 따르면 기존 상인들은 오는 11월 말 시와 맺은 운영 계약이 10여 년 만에 종료된다. 이에 서울시설공단은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온비드(한국자산관리공사 전자자산처분시스템)에서 민간 경쟁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낙찰가 상한선은 현재 임대료의 120%다.

상인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했는데 낙찰받으려면 임대료를 20% 더 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강남역 지하도상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코로나 확산 이전에는 하루에 150만~200만원을 팔았는데 지금은 50만원도 힘들다”며 “임대료가 더 오르면 버티기 힘든데 코로나19 시국이 끝날 때까지 임대료 상승 등을 미루자고 해도 공단 측이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지하도상가에 대한 기존 상인들의 기여도를 인정해 ‘수의계약’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계약기간이 3년가량 남은 고속터미널역 지하도상가(‘고투몰’) 상인회도 입찰 방식에 반대하고 있다. 고투몰 상인회는 “지하도상가는 개발 초기 민간 자본이 투입됐고 점포당 1억원에 달하는 리모델링 비용도 상인들이 감당했다”며 “우리가 지하도상가를 개발·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시 예산으로 개발하고 최초 임차인을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정한 지하철역 상가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서울지역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이미 입찰 방식으로 바뀐 잠실역 지하상가는 임대료 상승으로 개점 이래 최초로 빈 점포들이 나오고 있다”며 “가뜩이나 온라인 중심으로 소비가 옮겨가 어려운 상황인데 서울시가 수익성만 추구한다”고 비난했다. 서울 지하도상가 점포는 고속버스터미널역 626개, 강남역 212개, 잠실역 139개, 영등포역 80개 등이 있다.

공단 “상인들 위한 보호조치”

서울시설관리공단은 민간 입찰 진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수의계약을 해왔는데 민간자본에도 진입 기회를 줘야 공공성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당초 계약기간 만료를 고려하면 지난 5월 입찰을 했어야 하는데 상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해 6개월 미룬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연장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공단 측은 임대료 20% 인상이 무리가 아니라고 본다. 공단 관계자는 “강남 지하상가 임대료는 지상에 비해 10분의 1로 저렴하고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상인들은 임대료 지원도 받아왔다”며 “상한선을 120%로 정했고 수탁법인의 관리 이윤도 예정 가격(100%)의 1.7%밖에 남지 않아 상인들이 주장하는 폭리 추구와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상인을 위한 보호 조치”라고 덧붙였다.

팽팽한 양측의 입장차는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강남역지하도상가 상인회는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상가 운영권에 대한 입찰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최다은/김남영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