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밥차 경상지부 운영하며 영남권 재난·재해지역서 봉사
"코로나19로 활동 줄어 허전"…장애인체육회 사진작가로도 활동
[#나눔동행] 재난 현장 누비는 '밥 잘 짓는 남자' 김영복씨

"봉사를 안 하면 허전합니다.

때가 때인 지라 요즘 봉사활동을 자주 못 하니 낙이 없을 지경입니다.

"
지난 12일 경북 포항 남구 송도동 '사랑의 밥차' 경상지부 사무실에서 만난 김영복(65·개명 전 김영길) 지부장과 임지혜(58) 사무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봉사활동을 마음껏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사랑의 밥차 경상지부는 영남권 일대에서 각종 재난·재해지역을 찾아가 이재민과 봉사자에게 밥을 제공해온 봉사단체다.

서울에서 배우 정준호씨 등 연예인을 중심으로 결성한 사랑의 밥차와 맥이 닿아 있다.

연예인만 가입해 활동하던 사랑의 밥차에 비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김 지부장이 가입했다.

그는 2006년부터 서울 사랑의 밥차에서 활동하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 등 재난·재해 지역이면 안 가본 곳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다가 2012년 포항에 경상지부를 만들고 2018년 4월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매번 전국을 돌며 봉사하려니 힘이 달려서 밥차 하나를 마련해주면 경상지부를 만들어 이쪽에서 봉사하겠다고 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사랑의 밥차 경상지부는 회원 150명의 회비와 기부 물품으로 운영한다.

회원들은 회비를 내면서 직접 봉사활동에 나선다.

자녀들까지 함께 와서 힘을 보탠다.

지부장·사무국장은 당연히 무료 봉사직이고, 회비만으로는 운영비를 충당하기에 부족해 매달 두 사람이 사비를 낸다고 한다.

김 지부장은 2017년 11월 15일 포항지진이 발생했을 때가 육체적으로 가장 피곤한 시기였다고 한다.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이재민을 위해 29일간 세끼 밥을 제공했다.

하루에만 4천명분 밥을 지었다.

새벽 2시쯤에야 저녁 설거지가 끝나면 잠깐 눈을 붙이고 다시 아침 식사 준비를 했다.

힘든 만큼 보람이 컸다고 그는 술회했다.

지난해엔 울릉도 노인정을 돌며 음식을 대접하고 고등학교 댄스팀과 함께 공연도 했다.

올해 3월에는 코로나19와 싸우는 포항의료원 의료진과 공무원에게 닭튀김 400인분을 만들어 전달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구미 불산 누출 사고, 세월호 참사 때도 그는 현장에 가서 밥을 지었다.

[#나눔동행] 재난 현장 누비는 '밥 잘 짓는 남자' 김영복씨

코로나19로 활동 횟수를 줄였지만, 이달에 홀몸노인 8명에게 팔순 잔치를 열어 주는 등 모두 5차례 봉사활동을 했거나 할 예정이다.

재난·재해 현장 등을 우선시하다가 보니 정기적인 봉사활동은 상황을 봐서 하고 있다.

포항 홀몸노인에게 정기적으로 국수를 대접하는 것 외에는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고 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매달 2차례 하던 국수 봉사를 중단했다.

김 지부장은 봉사 활동에 정치적 입김이나 돈과 관련한 부정이 개입할 여지를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일부 식품업체나 단체가 기부하는 물품을 제외하고는 회비로 운영한다.

포항지진과 같이 장기간 한 장소에서 밥차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지방자치단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으로부터 실비를 지원받는다.

그렇더라도 매월 투명하게 경비 사용 내용을 공개해왔다.

임 국장은 "돈과 관련해서는 그 어떤 단체보다도 깨끗하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나눔동행] 재난 현장 누비는 '밥 잘 짓는 남자' 김영복씨

사랑의 밥차가 자리를 잡기까지는 김 지부장 노력이 컸다.

겉보기로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그는 개성 있는 머리 스타일만큼이나 이력이 독특하다.

김 지부장은 경기 화성에서 태어나 용인에 있는 한 철강회사에 다니다가 회사 이전으로 2004년 낯선 포항 땅을 밟았다.

2년 뒤 퇴직하고는 청아람푸드라는 이름으로 단체급식회사를 차려 포항철강공단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그는 철강회사에 다니던 1975년 사고로 팔을 다쳤다.

피부가 벗겨져 치료하는 과정에서 염증이 생겨 1년 5개월 만에 오른쪽 손을 잘라냈다고 한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왼손을 내밀어 악수하고, 최근엔 코로나19로 오른쪽 의수를 내밀어 주먹치기로 인사한다.

그런데도 거리낌이 없다.

세상을 원망할 법도 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나눔동행] 재난 현장 누비는 '밥 잘 짓는 남자' 김영복씨

그는 취미 삼아 사진을 찍으며 대한장애인체육회 홍보사진을 촬영한다고 했다.

취미라고 하지만 한국사진작가협회 소속으로 여러 차례 수상한 정식 작가다.

1992년부터 하계패럴림픽과 동계패럴림픽을 비롯해 세계 각종 장애인체육행사를 찾아가 사진을 찍어왔다.

그의 사진은 외국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에 사진기자를 파견하지 못한 언론사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2017년에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절단장애인과 함께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에 올랐다.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경찰관과 자원봉사자가 도와줬다.

김 지부장은 회사 수익금 가운데 일부를 사랑의 밥차 운영에 쓴다.

그 돈이 매월 100만∼150만원이라고 했다.

사랑의 밥차 경상지부는 그가 단체급식 회사를 운영하는 데다 회원들이 손발을 맞춰와 수백명 분량을 만드는 데 남다른 실력을 발휘한다.

포항지진 때 장기간 활동을 한 뒤에는 여기저기서 와달라는 요청이 많아졌고, 국무총리 표창까지 받았다.

김 지부장은 "사랑의 밥차와 관련해서는 십 원짜리를 모아서 하는 것이라 의미가 있고 어디를 가더라도 '역시 밥차야'라며 달려올 때 보람을 느낀다"며 "요새는 많은 분이 알아보니 교통질서도 잘 지키고 바르게 살아야 하는 것이 힘들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나눔동행] 재난 현장 누비는 '밥 잘 짓는 남자' 김영복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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