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 시민들이 독감백신을 접종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20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 시민들이 독감백신을 접종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독감백신 예방 접종을 한 뒤 숨진 사망자들의 부검 결과가 줄줄이 '사인 미상'으로 나오고 있다. 뚜렷한 사망원인을 찾지 못한 만큼 백신에 대한 공포가 오히려 커지고 있다.

23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전국에서 독감백신 접종 후 숨진 4번째 사망자 A씨(69·남)에 대한 1차 부검 결과 사인 미상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정밀 감식을 의뢰해 A씨의 사망과 독감백신과의 연관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결과는 한 달가량 소요된다.

전날 국과수는 전북 고창에서 백신 접종 뒤 하루 만에 숨진 B씨(77·여)의 사망원인도 알 수 없다는 1차 소견을 전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백신 접종 이틀 만에 사망한 80대 남성도 부검을 했지만 사인이 불분명하다.

인천에서 독감백신을 맞고 이틀 뒤 숨진 첫 번째 사망자 C군(17·남)의 1차 부검 결과도 사인 미상으로 나타났다. C군은 10대인데다 알레르기 비염 외에 별다른 기저질환도 없었다.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 수는 23일 오후 1시 기준 전국 36명으로 집계됐다. 전날(22일)에만 사망자가 20명 발생했다.

정부는 사망자와 독감백신 간 인과관계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국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23일 논평을 내고 "정부는 즉시 백신 접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32명으로 늘었다. 국민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우선 믿고 맞으라'는 식"이라며 "최근 3년간 6건에 불과했던 접종 후 사망 사례가 올해 들어 폭발적으로 늘었다. 백신 접종이 사망과 관련이 없다는 게 명확히 밝혀진 후 재개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전날(22일) 예방접종을 1주간 잠정 유보할 것을 권고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독감 예방접종 사망 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독감 예방접종 후 지금까지 사망이 보고된 환자의 사인과 병력 조사 등 병리학적 소견들을 규명하기 위해 1주일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11월 중순부터 독감 환자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1주일이 가장 적절한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은 제조번호가 같은 독감백신을 맞은 뒤 숨진 사례까지 나오자 접종 중단 여부를 검토 중이다. 질병관리청은 국가 예방접종 지속 여부 등을 논의한 뒤 이를 정리해 오늘 오후 7시경 발표할 예정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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