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성동구 사근동 한양대 앞 상권(좌),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대 인근 상권(우)의 점심시간 모습. 사진=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16일 서울 성동구 사근동 한양대 앞 상권(좌),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대 인근 상권(우)의 점심시간 모습. 사진=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지금 회복을 말할 상황이 아니에요. 대면수업 해도 학생들이 코로나 때문에 밖에서 잘 사 먹지도 않거든요. 1학기 타격이 컸는데 회복을 생각할 수도 없으니 너무 힘듭니다."
지난 16일 찾은 한양대 앞 토스트 가게 주인 이모씨(60)는 "희망이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바로 옆 건물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구모씨(50)도 "매출이 작년 반도 안 된다. 올해는 기대 안 한다"며 "내년 봄까지 그냥 버티자는 마음"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완화'로 서울 주요 대학에서 대면수업 재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인근 상인들은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면수업 재개에도 수강인원 규모를 제한하고 학생들도 모임을 줄이거나 서둘러 귀가하는 등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면수업 재개를 절실히 바라던 대학가 상권에서는 "올해는 통째로 버리게 생겼다"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울 주요대학 '대면 수업' 재개…학생들 "2학기 기대돼"

서울 주요대학을 중심으로 대면수업을 확대하고 있다. 13일부터 대면수업을 재개한 한양대를 비롯해 한국외대, 세종대 등이 대면수업에 들어갔다. 연세대는 2학기 중간고사 이후 수업부터 부분적으로 대면수업을 허용한다고 밝혔고, 서강대는 다음달 10일부터 대면수업을 재개한다고 공지했다. 중앙대도 대면 수업 재개 관련 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지난 16일 <한경닷컴>이 찾아간 서울 성동구 한양대는 1학기 코로나19 여파로 고요했던 캠퍼스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국외대에도 오래간만에 생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수업에 늦었는지 뛰어가는 학생들이 보이는가 하면 마스크를 쓴 채 삼삼오오 어울려 오랜만이라며 안부를 전하는 모습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학생들 숫자가 적어보였지만 학생들은 대면수업 재개 소식에 "2학기가 기대된다"고 했다.

한양대 신입생 김모씨(20)는 "1학기에는 대학생활이라고 할 활동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아쉬웠다. 내년에는 진짜 대학생다운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재학생 나모씨(25)도 "학교 시설 이용이 제한되고 비대면 수업으로 교수님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다 보니 많이 불편했다. 방역에 유의해야겠지만 대면수업도 일정 부분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16일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듣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16일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듣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대학가 골목상권 연일 '한숨'…"IMF보다 힘든 코로나"

그러나 활기를 찾고 있는 대학의 모습에도 주변 상권은 연일 울상이다. 1학기 비대면 수업으로 완전히 죽어버린 상권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상인들은 학생들 얼굴이 반갑다면서도 내년까지 회복은 기대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외대 앞 골목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장모씨(59)는 "지금 상태로는 IMF보다 더 죽겠구나 싶다"며 "지난해 월 60만원 정도 되던 매출이 지금은 10만원 내외로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대면수업으로 2학기에는 조금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물음에는 연신 손사래 쳤다. 학생들이 모두 출석해야 그나마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인데, 일부 수업으로 제한된 대면 수업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얘기였다.

실제로 대학들이 발표한 대면수업 재개 결정은 모든 수업에 적용되진 않는다. 한국외대의 경우 수강인원이 12명 이하인 경우에만 전면적 대면수업을 시행하고, 13명 이상인 경우 대면·비대면 수업을 병행한다. 홀수 학번과 짝수 학번이 격주로 대면 수업을 받는 방식이다.

한양대도 실험·실습·실기 과목의 대면수업은 대부분 허용하지만 이론수업 중 수강생이 20명을 초과하면 대면수업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세종대는 수강생이 30명 이하 과목에 한해 대면수업을 진행하고, 수강생 31~50명 수업에는 대면·원격 수업을 병행하도록 했다.

코로나19 우려가 남아있는 탓에 학생들이 외식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도 상권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한양대 맞은편 길가에서 돈가스 가게를 운영 중인 채모씨(59)는 "아직 체감상 큰 변화가 없다. 여기는 대학생이 주고객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실제로 학생들은 일일 평균 대면수업 시간이 짧고 감염 우려도 여전하다 보니 외식보다는 이른 시간 귀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한양대 대학원생 김모씨(25)는 "하루에 길어도 3시간 수업이다 보니 빨리 집에 가서 밥 먹으려 한다"며 "코로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밖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고 했다. 한국외대 신입생 마모씨(20)도 "학과 차원 공식 행사 같은 경우는 아예 없다. 저녁 자리나 술자리도 정말 친한 사람들끼리 소규모로 잡고, 그 역시 빨리 끝내는 분위기"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원룸 '공실' 공포도 여전…"올해 회복 어려워" 한목소리

대면수업 비중이 크지 않고 코로나19 영향으로 휴학한 학생들까지 많다 보니 상권뿐 아니라 대학가 원룸 공실 공포도 여전하다.

한양대 근방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모씨(50)는 "올해는 사실상 거래가 끝났다"며 "주인들이 어차피 공실이면 손해니까 일시적으로 깎아서라도 계약을 하려 하지만, 그마저도 수요가 적다"고 전했다.

대학가에 위치한 또 다른 중개업소 운영자 갈모씨(45)도 "이미 원룸 구하는 사람이 절반 정도록 뚝 떨어졌는데 추가 문의도 거의 없다. 내년 1학기까지는 회복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