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사립대들이 적립금 1조5300억원을 주식, 채권 등에 투자했지만 63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7.67%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투자 성적표가 형편없다는 평가다.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 사립대학별 교비회계 적립금 유가증권 투자 현황’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39개와 전문·원격대학 19개의 유가증권 투자원금은 1조5308억원, 원금 대비 평가손실액은 63억원으로 0.4%의 손실률을 나타낸 것으로 집계됐다. 집계 기간은 2019년 3월부터 지난 2월까지다.

일반대학은 약 1조3490억원을 투자해 123억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수익률은 0.9%에 그쳤다. 전문·원격대학들은 투자원금 1812억원 중 187억원을 까먹고 10.3%의 손실률을 냈다.

유가증권에 200억원 이상 투자한 대학 중 수익률이 가장 낮은 학교는 명지전문대다. 명지전문대는 투자원금이 213억원이었으나 지난 2월 말 평가액은 93억원으로 쪼그라들어 손실률이 56%(손실액 119억원)에 달했다. 이어 경남대와 서강대의 손실률이 각각 8.9%(26억원), 8.3%(손실액 11억원)로 뒤를 이었다. 투자원금이 2903억원에 달하는 이화여대의 손실률은 0.5%(14억원)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포스텍은 수익률 14%를 기록해 높은 성과를 냈다. 2월 말 포스텍의 유가증권 평가액은 385억원으로, 투자원금과 비교해 47억원의 수익을 냈다. 홍익대는 사립대 중 평가이익 규모가 가장 컸다. 투자원금 3077억원에 평가차액이 64억원으로 수익률이 2.1%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 의원은 “대학들이 증권 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을 내도 직접 책임을 물을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사립대는 적립금 중 등록금회계에서 비등록금회계로 전출된 적립금 상당액을 제외하고 전체 2분의 1 한도에서 증권 투자가 가능하다. 투자가 대규모 손실로 이어져도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규정은 없다. 서 의원은 “학생과 교직원의 교육 활동에 쓰여야 하는 적립금인 만큼 최소한의 안정성이 담보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부는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