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상에서 총격을 맞고 숨진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가 지난 27일 오후 전남 목포 국가어업지도선 전용부두에 입항하고 있다/사진=뉴스1
북한 해상에서 총격을 맞고 숨진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가 지난 27일 오후 전남 목포 국가어업지도선 전용부두에 입항하고 있다/사진=뉴스1
북한군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를 사살한 이후 소각 장면으로 추정되는 '불빛 관측' 영상과 사진을 군 당국이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실제로 시신을 태워서 생긴 불빛인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군은 A씨 실종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 오후 10시11분께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이 불빛을 관측한 상황 등을 토대로 북한이 A씨의 시신에 기름을 뿌리고 불태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원인철 합참의장은 8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시신 소각 영상이 아니고 불빛을 관측한 영상인데 영상은 못 봤고 (영상을 찍은) 사진을 봤다"라고 영상의 존재를 확인했다.

원인철 의장이 언급한 40여분간 탔던 이 불빛은 연평도에 있는 열상감시장비(TOD)에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발표 당시와 이후에도 해당 영상과 사진을 확보했는지 함구해왔다.

다만 '시신 소각 영상이 아니다'라고 한 것처럼 '시신을 소각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은 군이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북한이 실제 시신을 소각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물증'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군이 이번 사건 과정에서 수집한 대북 첩보에도 '시신'이란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고 원인철 의장이 확인하면서 추가 논란도 예상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5일 청와대 앞으로 보낸 통지문에서 시신이 아닌 A씨가 있던 부유물만 소각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해군과 해경은 A씨 실종 당일인 지난달 21일부터 이날까지 18일째 강도 높은 수색을 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는 상태다.

합참 국감에서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군이 실종된 이튿날 오전 "A씨가 서해 NLL 인근 북서쪽으로 표류한다는 예측 결과를 해양경찰로부터 보고받고도 묵살하고 수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를 토대로 북서쪽을 수색했다면 시신을 찾았을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이재익 의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원인철 의장은 "해군에 전파되고 수색 계획이 확인된 다음, 해군이 소연평도 북서쪽 해역을 탐색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A씨가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는 군과 해경의 발표를 유족들이 여전히 수긍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합참은 이날 국감에서 특별취급첩보(SI) 첩보에 '월북'이란 단어는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4일 발표에서 A씨가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고 했던 군 당국이 발표의 신빙성을 확보하고자 SI의 단편적인 내용을 스스로 공개한 것으로 해석된다.

원인철 의장은 'A씨의 육성이 있냐'는 질문엔 "상식적으로 우리가 희생자의 육성을 들을 순 없다"고 했다. 북한 선박이 육상의 해군부대에 보고한 내용을 감청한 첩보에 '월북'이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욱 국방부 장관은 전날 열린 국방부에 대한 국감에서 '(공무원이) 북한 수산사업소 부업선에 월북 얘기를 한 것이 맞냐'는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최초에 그 배가 발견했고 거기서 검문이나 탐문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배하고 (월북 의사를 표명한) 내용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다만 첩보에 '월북'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면 그 단어를 사용한 전후 맥락이나 문장도 함께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시신'이란 단어가 첩보에 나오지도 않았는데 군이 단정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부분은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