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 등의 이유로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들이 늘자 졸업유예금 부과를 금지하는 취지의 고등교육법이 개정됐지만 70%가 넘는 국립대들이 편법으로 졸업유예금 성격의 돈을 학생들에게 걷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6일 국회 교육위원장인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 국립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9개 국립대 가운데 21곳이 졸업 유예생들에 대한 수강 의무만 없애고 시설사용료 등의 명목으로 여전히 졸업유예금을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국회는 '졸업유예생의 수강 의무 폐지'와 '유예생을 재학생으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고등교육법 제23조의 5를 신설해 졸업유예생들이 수업을 의무적으로 수강하면서 수업료를 납부해야 하는 고충을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서울과기대·한경대는 10만원, 인천대는 15만원, 한국체대는 20만원을 졸업유예생들에게 일괄적으로 부과하고 있고, 나머지 대학들도 졸업유예생에게 등록금의 8%에서 최대 12.5%를 납부하도록 했다.

서울대는 학칙상 졸업유예 제도를 운용하지 않아 개정 고등교육법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사실상 졸업유예생들의 수강을 강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제도가 없다 보니 졸업을 미루려는 서울대생은 최소 1학점 이상 수강신청한 뒤 '규정학기 초과자 등록금 일람표'에 명시된 등록금을 납부해야 한다. 졸업 요건을 모두 채운 학생이라도 학부생 기준 최소 40만7000원(2020년 2학기 기준)을 납부해야 졸업을 미룰 수 있다.

유기홍 의원은 "고등교육법 개정 취지는 취업난으로 취업하지 못한 졸업생들에게 추가 비용 부담 없이 졸업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취업 시장이 얼어붙어 졸업유예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