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사진=연합뉴스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사진=연합뉴스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장 해임에 따른 무효소송과 CEO 사택 불법조사에 대한 법적 대응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해임 추진에 강력 반발했던 구본환 전 사장의 대응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달 15일부터 시작된 정부의 해임추진 과정이 부당하다며 적극 해명했던 모습과 결이 달라보인다. 해임 무효소송과 사택 조사에 대한 형사고발 등 즉각 대응에서 법적조치를 종합 분석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이달 7일부터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 증인출석도 무산됐다.

구 사장은 지난달 25일 국토부의 해임 추진 과정에서 벌어진 영종도 사택 수사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국토부 감사관실은 지난 6월 태풍 위기 부실 대응과 인사 운영의 공정성 훼손 등을 파악하기 위해 구 사장의 사택을 조사했다. 그는 “본인의 허락도 안 받고 사택에 불법 침입해 수사한 것은 인권 유린”이라며 “불법감사 관련자에 대해 직권 남용 등으로 형사고발 조치하겠다”며 강력 대응을 선언했다.

정부의 해임안 추진에 대해서도 “해임을 강행하면 해임 취소 소송은 물론 정부 관계자들의 사퇴강요죄, 직권남용죄, 주거침입죄 등 많은 법률 분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구 전 사장은 6일 "졸속 해임결정에 따른 행정소송과 사택 무단침입에 대한 형사소송은 동시에 진행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항 주변에서는 구 전 사장의 해임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한 봉합국면에 접어든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는 오는 8일 예정된 국회 국정감사 환경노동위원회 증인 채택에 대해 불출석 사유서를 5일 국회에 제출했다. 불출석 사유는 망막 출혈로 인한 병원치료다. 그는 “지난달부터 시력이 악화되는 등 이상조짐이 있었는데 병원서 망막출혈 진단을 받았다”며 “자료를 보기 힘들 정도이기 때문에 국감장에서 제대로 증언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2일 국회서 열리는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도 망막출혈 때문에 증인으로 참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구 전 사장에 대한 증인 채택을 협의 중이다.

구 전 사장은 지난달 정부가 해임안을 추진하자 “10월 국정감사에서 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추진과정에서 청와대 등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모든 것을 털어놓겠다”고 말했다. 구 전 사장이 증인 불출석을 통보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1호 방문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발생한 정부와 구 사장의 뒷이야기 공개는 무산된 셈이다.

구 전 사장은 "사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대부분 지인들은 해임안 결정이 너무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정부와 서로 웃으면서 나왔어야 했는데 갈등 사태로 확산돼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구 전 사장은 지난달 29일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태풍 위기 부실 대응 및 행적 허위 보고, 공공기관 인사 운영의 공정성 훼손 등 사유로 정부로부터 해임통보를 받았다. 공사 안팎에서는 구 사장이 정규직 전환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지 못한 게 경질 사유라는 얘기가 나왔다. 구 사장은 지난해 4월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취임해 임기를 1년6개월 남겨놓고 있었다. 인천공항공사는 임원추천위원회를 꾸려 신임사장 공모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