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의 아이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입시 특혜 의혹이 불거진 뒤 국민은 교육 제도가 사회지도층과 기득권층에 유리하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젊은이들은 고등학생인 법무부 장관의 딸이 의학 논문 제1 저자에 오르고, 대학생이나 할 수 있는 인턴을 했다는 의혹에 분노했다. 기득권층 자녀의 입시 특혜 의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정부에서는 ‘비선 실세’로 불린 최순실 씨가 딸 정유라 씨를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시킨 의혹을 받았다. 최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면접위원 등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정씨를 입학시킨 의혹이다. 최씨는 면접관 재량에 따라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수시전형을 적극 활용했다. 당시 정씨는 ‘2015학년도 수시모집 체육 특기자 전형’에 승마 특기생으로 입학 원서를 내 합격했다. 이 같은 특혜 의혹이 알려지면서 청년들은 부정 입시에 반발해 광화문 집회에 나섰다. 이는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최순실 게이트’에 기름을 부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최씨는 이 혐의로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불거진 ‘조국 사태’는 수시전형의 맹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서울대 교수와 지방대 교수라는 조 전 장관 부부의 배경을 통해 딸이 입시에 유리한 스펙을 하나둘 쌓으면서다. 의학논문 제1 저자 등재, 단국대 의대 인턴 참여 등 평범한 고등학생은 경험하기조차 힘든 스펙들이었다. 조씨는 이 스펙들을 자기소개서에 담았고, 2010년 수시전형(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고려대 생명과학대에 입학했다. 여기에 2015년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점수 없이 학부성적과 면접 등으로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청년들은 또 한 번 좌절을 느꼈다. 취업준비생 한모씨(25)는 “조국 사태를 보면서 부모가 잘난 사람은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힘이 빠지고 박탈감이 들었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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