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식 세대에게 이어지는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지며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기 힘든 사회가 되고 있다. 그림은 ‘러시아의 살바도르 달리’라고 불리는 초현실주의 화가 블라디미르 쿠쉬의 작품 ‘사다리’.
한국 사회에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식 세대에게 이어지는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지며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기 힘든 사회가 되고 있다. 그림은 ‘러시아의 살바도르 달리’라고 불리는 초현실주의 화가 블라디미르 쿠쉬의 작품 ‘사다리’.
현 정부 들어 ‘기회의 불공정’ 문제가 이슈로 불거진 건 2018년이다. 상당수 청년이 입사하고 있는 공공기관에서 대규모 채용비리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발단이 됐다. 정부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비슷한 사건은 이어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일부 기득권층의 자녀 특혜 의혹에 이어 ‘인천국제공항 사태’ 같은 채용 불공정 논란도 계속됐다.

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실시한 ‘한국인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엔 이런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진학과 취업 등 사회·경제적 성공을 위한 기회가 얼마나 공정하게 보장되고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60.3%가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매우 불공정’이 13.6%, ‘불공정한 편’이 46.8%였다. ‘공정하다’는 답은 39.0%에 그쳤다. ‘기회가 불공정하다’는 답은 18~29세(51.9%)보다 30대(57.0%)에서 많았고, 50대(66.7%)에서 가장 컸다. 여성(63.7%)이 남성(56.9%)보다 불공정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탯줄 이기는 '노오력' 없더라…30代 74% "기득권 반칙 심해"
조국 사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논란 등을 반영하듯 기득권층의 자녀 특혜 주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많았다. 응답자 69.7%가 ‘기득권층이 본인의 자녀에게 기회를 몰아줘 불평등이 커졌다’고 답했다. 세대별로는 40대(76.8%)와 30대(73.9%), 18~29세(70.6%) 등 젊은 층의 불만이 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국민의 인식은 ‘수저계급론’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라는 응답(40.3%)이 가장 많았다. ‘본인의 능력과 노력’이란 답은 36.2%였다. 특히 30대는 절반이 넘는 54.6%가 부모의 지위가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대학 입시와 법조인을 선발하는 과정이 불공정하다는 문제의식도 컸다. 2022년 서울 주요대학 정시 선발 비중을 30~40%로 확대키로 한 대학교육협의회 계획에 대해 의견을 물어본 결과 69.7%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정시 선발을 30~40%보다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36.6%, ‘30~40%가 적당하다’는 견해는 33.1%였다. ‘줄여야 한다’는 21.3%에 그쳤다. 수시 전형 가운데 해외 고교생, 저소득층 등 특정 계층을 배려하는 특별전형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39.5%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도 26.5%, ‘지금이 적당하다’도 25.9%에 이르렀다.

법조인 양성 체계에선 사법고시 부활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체 응답자 중 82.7%가 ‘사시를 부활해야 한다’에 손을 들었다. 구체적으로 ‘현재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사시를 병행해야 한다’는 응답이 48.6%, ‘로스쿨을 없애고 사시만으로 선발하자’는 의견이 34.1%였다. 현행 제도 유지 의견은 10.9%에 머물렀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 특별취재팀
노경목 경제부 차장(팀장), 최진석 건설부동산부 기자, 조미현 정치부 기자, 서민준·강진규 경제부 기자, 배태웅·양길성 지식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