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서해5도 특별경비단 명절에도 불법 중국어선 단속
서해 최북단 백령도 해병대원들 빈틈없는 경계 근무 중
'서해5도는 쉬지 않는다'…추석 연휴를 잊은 사람들
"불법 중국어선 단속은 명절이라고 쉴 수 없습니다.

비록 부모님과 잠시 떨어져 추석을 보내야 하지만 해양경찰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서해를 지키겠습니다"

◇ 부모님과 떨어져 보내는 첫 한가위…"동료들 있어 외롭지 않아"

지난해 12월 30일 새해를 이틀 앞두고 해양경찰관이 된 이금희(22·여) 순경은 서해 북단 해상에서 불법 중국어선 단속을 전담하는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 특별경비단 소속이다.

그는 3천t급 경비함정인 '3005함'의 선체를 관리하고 각종 장비나 장구류 등을 챙긴다.

또 불법 중국어선 단속 작전 때는 채증 요원으로 변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현장 상황을 기록하고 영상을 찍기도 한다.

그러나 이 순경은 올해 추석 연휴에는 고향에 가지 못한다.

지난달 25일 3005함을 타고 인천 앞바다를 떠났기 때문이다.

추석인 1일 이 순경을 포함한 경찰관 38명과 의경 5명은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중국어선을 감시 중이다.

이들은 닷새인 이번 명절 연휴를 포함해 이달 4일까지 9박 10일을 바다 한가운데에서 보내야 한다.

아직 20대 초반인 이 순경은 학창 시절까지 늘 가족과 함께 보낸 한가위를 처음 부모님과 떨어져 동료 해경들과 보내고 있다.

이 순경은 "해경이 되고서 내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바다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부모님과 함께 명절을 보낼 수 없어 아쉽지만 그래도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어 외롭진 않다"고 말했다.

'서해5도는 쉬지 않는다'…추석 연휴를 잊은 사람들
◇ 피격 공무원 시신 수색 작업…"가족 모두에게 미안하고 고마워"

이 순경과 같은 서해5도 특별경비단 소속 김농섭(51·남) 경감은 300t급 경비함정의 함장이다.

서해5도 특별경비단에는 모두 6척의 300t급 경비함정이 있고, 9개 팀이 돌아가며 서해 NLL 인근 해상을 지킨다.

그는 최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시신을 찾기 위해 수색 작업에 투입됐다.

전날 인천항을 떠나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이달 4일까지 4박 5일 동안 쉴 새 없이 수색 작업을 해야 한다.

대학 졸업 후 다른 직장에 다니다가 1998년 해경으로 임용된 그는 고향에 가지 못하는 승조원들을 위해 이날 선상에서 합동 차례를 올렸다.

그는 "해경에서 근무하다 보니 명절에 가족과 함께하지 못할 때가 많다"며 "아내뿐 아니라 대학생인 두 아이와 중학생인 막내까지 가족 모두 이해해줘 항상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서해5도는 쉬지 않는다'…추석 연휴를 잊은 사람들
◇ 일본서 태어나 해병대 자원입대…"부모님 풍요로운 명절 보내시길"

서해5도 중 하나로 최북단인 백령도를 지키는 해병대 6여단 장병들도 이번 추석에 고향에 가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6여단 소속 강기근(22·남) 상병은 일본에서 태어난 영주권자로 현지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성인이 돼 국적을 선택해야 할 무렵 강 상병은 망설임 없이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했고,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입대 전부터 부족한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등 한국 문화를 익히기 위해 노력한 그는 지금은 해병대에서 전우애와 애국심을 키우고 있다.

그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며 "강한 훈련으로 강인함을 기르기 위해 해병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 계시는 부모님을 오래 못 뵀다"며 "명절에 부모님 곁에 있지 못해서 매우 아쉽지만, 부모님이 일본에서 다른 한국인 분들과 함께 풍요로운 명절을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해5도는 쉬지 않는다'…추석 연휴를 잊은 사람들
◇ 허리 재활해 해병대…"부모님 그립지만 동료들과의 추석도 즐거워"

해병대 6여단 해안 경계대대에서 보병으로 경계 작전을 수행 중인 배재원(21·남) 상병은 배구선수 출신이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진단받은 '척추측만증'이 어느새 '척추전방전위증'으로 더 악화했다.

팀의 에이스로 성장하던 중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당시 삶의 전부였던 배구를 포기한 배 상병에게 병무청은 현역 입대가 불가능한 신체 등급 '4급' 판정을 했다.

그러나 그는 허리 재활에 전념해 재검사 끝에 신체 등급 3급을 받고 해병대를 자원했다.

배 상병은 "명절에 부모님이 그립지만, 백령도 최전방에서 전지훈련 중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며 "선·후임들과 함께 보내는 추석도 즐겁다"고 웃었다.

해병대 6여단 관계자는 "올해 추석 연휴에도 해병대 장병들이 빈틈없는 경계 근무로 서해 최북단을 지키고 있다"며 "국민들이 안심하고 풍요로운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