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버스 기사·여행사 직원 등 코로나 무급휴직자들 명절에 '배달 알바'
알바천국 조사 "개인회원 60% 추석 연휴에 아르바이트 계획"

"명절요? 코로나 감염 때문이 아니라 돈 벌어야 해서 못 갑니다.

"
16년간 전세버스 기사로 일해온 김모(44) 씨는 최근 운전대를 놓고 '배민(배달의민족) 커넥트'를 통한 배달 일을 시작했다.

수개월째 월급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생계유지가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무서워서 귀향 못 한다고?…돈 벌어야 해서 못 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학여행, 단풍놀이 등 고정 일감이 사라지자 김씨가 속한 전세버스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번 4차 추경으로 인한 2차 재난지원금 대상에서도 법인 전세버스 업계는 제외되면서 김씨 등 다수의 버스 기사들은 사실상 무급휴직이나 다름없는 장기 휴가를 권고받은 상황이다.

김씨는 "고향 부모님께는 어려운 상황을 제대로 말씀 못 드리고 그냥 코로나 때문에 못 내려간다고 말씀드렸다"며 "되려 건강 조심하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가슴이 미어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큰 타격을 입은 여행사 직원 박모(36) 씨도 길어지는 무급휴직을 견디다 못해 최근 전동 킥보드를 마련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다행히 명절 기간 일감 주문이 적지 않은 편이라 생활비 충당은 가능하게 됐지만, 경남 김해에 계신 부모님이 외아들 없이 연휴를 보내실 걸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

박씨는 "식구가 많지 않아 명절 때 가족끼리만 시간을 보내는 편인데 이번 추석 땐 부모님 두 분만 쓸쓸하게 연휴를 보내게 한 것 같아 착잡하다"며 "갈 수 있는데 안 간 게 아니라,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상황이라 더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황이 길어지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추석 연휴를 배달·아르바이트로 채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 무서워서 귀향 못 한다고?…돈 벌어야 해서 못 가"
구인·구직 포털인 알바천국이 최근 개인회원 4천387명을 대상으로 올해 추석계획을 조사한 결과 59.5%가 이번 추석 연휴를 아르바이트로 보낼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이중 직장인의 경우 62.1%가 아르바이트 계획이 있다고 답해 중·고등학생(56.8%), 대학생(59.1%), 취업준비생(59.5%)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

추석 연휴에 아르바이트하려는 이유로는 '단기로 용돈을 벌 수 있어서(59.4%, 복수 응답)'와 '코로나19로 인한 갑작스러운 실업, 휴직 등으로 부족한 수입을 채우기 위해(30.8%)'가 1, 2위를 기록했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추석 연휴에 아르바이트를 계획한 이들이 늘어나며 일자리를 잡기 위한 경쟁도 매우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며 "금전적인 니즈가 강한 직장인의 경우 비교적 급여가 많고 당일 지급이 가능한 물류 아르바이트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길어지는 휴직을 견디다 못해 직장을 그만두고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실업급여의 경우 자진 퇴사에는 적용되지 않고 재취업을 위한 준비과정을 증빙해야 하는 등 절차가 많아 수급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최근 실업급여 신청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달리면서 반대로 심사에서 탈락해 수급자격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며 "퇴직이 결정되기 전 자격요건을 잘 살펴보고, 사업주와 상의해 수급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