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수해 농민의 한숨…흙탕물 휩쓸린 인삼포는 복구도 못 해
"추석 대목은 무슨? 앞으로 뭐 먹고 살지 막막합니다"
"1년근부터 6년근 인삼까지 다 물에 휩쓸려간 농민들은 당분간 먹고살 만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봐야죠"
추석을 앞두고 충남 금산군 제원면 저곡리 호평뜰에서 만난 김상호(60) 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인삼재배 농민들은 보통 4∼5년근부터 시장에 출하하기 때문에 인삼포별로 1∼2년근, 2∼3년근, 4∼5년근 인삼을 분산 재배하는데 지난 8월 초 용담댐 방류로 금강에 접한 농민들은 인삼포를 모두 잃는 피해를 봤다.

김씨의 1∼4년근 인삼포 4곳과 약초밭 등 2만6천여㎡도 물에 휩쓸렸다.

피해 추정액만 4억8천만원에 이른다.

물이 들어찬 김씨의 인삼포에서 썩기 전에 급하게 수습한 인삼은 1천300만원어치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인삼포 수습 등을 위해 고용한 일꾼들 일당과 장비대금으로 다 써버렸다.

"추석 대목은 무슨? 앞으로 뭐 먹고 살지 막막합니다"
아직도 인삼포는 수습되지 못했다.

며칠간 복구작업으로 고생한 자원봉사자들이 떠난 뒤 일꾼을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김씨는 "용담댐에서 방류한다고 해서 별일이야 있겠냐 하는 생각으로 인삼밭에 나왔다가 점차 물이 들어차는 걸 보고는 급하게 삽과 괭이로 둑을 쌓고 버텼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어린 시절부터 이곳에서 농사를 지었는데 육십 평생 이곳이 이렇게 물에 잠긴 적은 처음"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물 막다가 잘못하면 죽겠다"는 생각으로 급하게 인삼밭에서 몸만 빠져나온 김씨는 그로부터 2∼3일간을 물로 가득 찬 인삼밭을 보면서 발만 동동 굴렀다고 한다.

물이 어느 정도 빠지자 급하게 인삼포에 들어가 쓸만한 인삼을 수습했지만, 대부분 며칠간 물에 잠겨 상품으로 쓰지 못할 정도가 됐다.

"추석 대목은 무슨? 앞으로 뭐 먹고 살지 막막합니다"
김씨는 "당장 올해 말까지 농약값과 비료대금, 농기계 사용료 등으로 수천만원을 지출해야 하는데 막막하다"며 "추석 대목이라는데 출하할 인삼은 없고, 하루하루 숨이 막혀 밤잠을 못 이룬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그나마 나는 충북 영동에 2∼3년생 인삼포가 하나 더 있어서 몇 년 지나면 수확을 하겠지만, 이곳 농민 상당수는 올해부터 작업을 한다 해도 인삼이 자랄 5년간은 어디 돈 나올 곳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우리 동네에서만 해도 인삼밭 수해 이후 어르신 한 분이 돌아가시고 한 분은 병석에 누워계신다"며 "자식들 다 외지로 내보내고 고령의 농민들이 인삼 하나에 의지해왔는데 하루아침에 이런 날벼락이 없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또 "재해지구로 지정돼 어느 정도 보상이나 지원이 있는지 알아봤는데 입에 올리기도 창피한 수준"이라며 "사정이 이런데도 용담댐 물을 방류한 수자원공사에서는 여태 아무런 대책이나 보상은 내놓지 않고 책임회피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추석 대목은 무슨? 앞으로 뭐 먹고 살지 막막합니다"
8월 초 용담댐 방류로 인해 금산에서만 제원·부리면 일대 458농가 471㏊가 침수 피해를 봤으며, 그 가운데 223농가 200㏊가 인삼 작물 피해로 집계됐다.

농민들은 용담댐 방류에 따른 피해대책위를 만들어 수자원공사에 배·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제 겨우 조사위가 꾸려져 활동에 들어가는 단계다.

피해 농민들은 '선보상, 후정산' 등을 촉구하고 있다.

다시 일어설 방법을 찾아볼 예정이라는 김씨는 "마냥 보상만 기다릴 수도 없어 이제 빚을 내서라도 인삼포를 다시 세우고 농사 준비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농부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트럭을 몰고 면사무소로 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