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한화디펜스 대표(오른쪽)가 국내 방위산업 발전과 해외 시장 개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방위산업학회로부터 ‘자랑스러운 방산인상’을 받았다. 한화디펜스는 유럽, 아시아 등 6개 국가에 K9 자주포를 수출한 데 이어 최근 1조원 규모의 호주 자주포 사업 우선 공급자로 선정됐다.
이성수 한화디펜스 사장이 한국방위산업학회가 수여하는 ‘자랑스러운 방산인상’을 수상했다. 한화디펜스는 25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자랑스러운 방산인상 시상식 및 방산정책포럼’에서 이성수 대표가 방산기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2012년부터 시작된 이 시상식은 방위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표창하는 자리다. 이 사장은 "각자의 위치에서 한마음 한 뜻으로 힘을 모아준 임직원들과 정부의 적극적인 방위산업 지원 노력 덕분에 뜻깊은 상을 받게 됐다"며 "앞으로도 첨단 무기체계 개발을 통해 자주국방에 기여하고, 해외수출 확대와 방산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한화디펜스는 유럽과 아시아 등 6개 국가에 K-9 자주포를 수출한 데 이어 최근 1조원 규모의 호주 자주포 사업 우선공급자로 선정됐다.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레드백’ 장갑차는 최대 10조원 규모의 호주 미래형 궤도장갑차 사업의 최종 후보에 올라있다.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국산 ‘명품 무기’인 K-9 자주포가 호주에 수출된다. 터키 폴란드 인도 핀란드 등에 이어 일곱 번째다. 선진국 방산 시장을 뚫고 대규모 수출 계약을 따내며 한국산 무기의 우수성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성수 한화디펜스 사장은 “호주는 영미권의 군사기밀정보 공유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의 일원으로, 세계 무기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며 “선진국의 까다로운 심사를 뚫어내면서 한국산 첨단 무기의 수출길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계 자주포 시장 절반 점유호주 정부는 3일 K-9 자주포를 육군 현대화 프로젝트 중 하나인 ‘랜드 8116 자주포 획득 사업’의 단독 우선공급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K-9 제작사인 한화디펜스는 호주법인(HDA)을 주축으로 호주 정부와 가격 협상 등을 한 뒤 양산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1차로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를 납품한다. 호주 정부는 이번 사업에 총 13억호주달러(약 1조1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육상 무기 수출로는 최대 규모다.한화디펜스는 두 번째 도전 끝에 호주 시장을 뚫었다. 2010년 경쟁 입찰을 거쳐 호주 육군 자주포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호주 정부의 예산 문제로 2012년 최종 계약이 취소됐다. 호주는 자주포 대신 저렴한 견인포를 도입했다가 전력 보강의 한계를 느끼고 한화를 다시 찾아 계약을 타진했다.한화의 적극적인 현지화 노력도 호주 정부의 마음을 움직였다. 한화는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K-9 현지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지 중소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인력 교육, 정비·보수 등 사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K-9 자주포는 한화디펜스(옛 삼성테크윈)와 국방과학연구소가 1998년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했다. 현재 한국군이 1300여 문을 운용하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 수출되고 있다. 2001년 터키에 280여 대를 첫 수출한 뒤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에 수출했다. 한화는 노르웨이와 24대 추가 수출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00~2017년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K-9 자주포가 4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조원 걸린 호주 장갑차 사업도 ‘청신호’세계 곳곳에서 K-9을 원하는 까닭은 탁월한 성능 때문이다. K-9은 자동화된 사격통제장비, 포탄 이송과 장전장치를 탑재해 사격 명령을 접수한 지 30초 이내에 탄을 발사할 수 있다. 15초 이내에 최대 3발, 3분 동안 연속 18발을 사격할 수 있어 초기에 적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최대 사거리는 40㎞에 달한다.K-9의 실전 능력은 2010년 북한의 연평도 도발 때 검증됐다. 당시 K-9은 기습을 당한 상황에서도 곧바로 대응 사격을 실시했다. 북의 도발 지점을 정확히 추적해 원점 타격에 나선 K-9의 포격 사진은 전 세계 언론에 등장해 유명해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무기 도입을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가 실전 경험”이라고 말했다.세계적으로 자주포 수요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영국도 K-9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주포는 전차와 달리 공격보다는 방어에 초점을 둔 무기다.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대령) 출신인 엄효식 한화디펜스 상무는 “자주포 도입은 전차보다 주변국을 덜 자극한다”며 “전쟁 억지력을 높이려는 국가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한화디펜스가 개발한 장갑차 ‘레드백’도 5조원이 걸린 호주 육군의 ‘미래 궤도형 장갑차 도입 사업’에서 독일 라인멘탈디펜스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다.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한화디펜스에서 만든 ‘레드백’ 장갑차 시제품 2대가 곧 호주 멜버른항에 도착한다. 한화는 작년 9월 호주 육군이 추진하는 ‘미래 궤도형 장갑차 도입 사업’(LAND 400 Phase 3)에서 독일 라인멘탈 디펜스의 ‘링스’ 장갑차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다. 레드백은 5조원이 걸린 이번 사업에서 링스와 2022년까지 최종 승자를 가리는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세계적으로 미미한 브랜드 인지도를 가진 한화디펜스가 'M2 브래들리 장갑차'로 유명한 BAE, 제너럴다이나믹(GD) 등 쟁쟁한 미국과 영국의 방산업체들을 꺾고 결승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한화의 강점은 우선 '팀'에서 나온다. 한화디펜스는 이번 수주전을 앞두고 이스라엘 엘빗시스템즈, 호주 일렉트로옵틱시스템스(EOS)'와 '팀 한화'를 구성했다. 엘빗시스템즈가 포탑 및 감시 센서 등을 제작하고 호주 EOS가 원격사격통제체계를 지원하며 최종 제작은 한화가 맡는 방식이다. 한화는 호주 중소기업 400여곳과 접촉해 협력업체를 물색하는 등 현지 친화적인 납품구조도 마련했다. 호주 국방당국은 현지업체들과의 협력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런면에서 한화의 현지화, 글로벌협력 전략이 큰 호응을 받았다는 평가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대부분의 해외 국가는 방산물자 수입 시 현지 생산 등을 핵심 조건으로 내세우기 때문에 현지 법인설립 및 현지 생산·납품업체와의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레드백이 호주 현지화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가 현지화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는 장갑차 이름인 레드백에서도 드러난다. 레드백은 호주에서 서식하며 세상에서 가장 강한 독을 가진 거미로 알려진 ‘붉은배과부거미(레드백스파이더)’에서 따온 것이다. 한화가 최종전 승리를 자신하는 이유도 독일 링스보다 한발 앞선 현지화에 있다.레드백은 성능면에서도 독일 링스 장갑차에 뒤질 게 없다는 평가다. 레드백은 엔진과 변속기를 하나로 묶은 ‘파워팩’을 K-9 자주포에서 가져와 적용했다. 전 세계적으로 1600대를 운용하며 노르웨이 등 선진국에도 수출되고 있는 검증된 파워팩을 탑재해 신뢰도를 높였다. 충격 흡수를 위한 현수장치(서스펜션) 부분에서도 링스 장갑차에 앞선다는 평가다. 링스는 가로로 긴 쇠막대 형태의 ‘토션 바’ 형식을 적용했지만 레드백은 최신 기술인 ‘암 내장식 유기압 현수장치’(ISU)를 사용해 차체의 무게를 줄였다.한화는 내년 3월 시작되는 미국과 영국의 장갑차 사업에도 글로벌 팀을 꾸려 참여할 예정이다. 제너럴다이나믹, BAE, 라인멘탈디펜스와 다시 한번 맞붙는다. 한화는 미국의 전술차량 개발업체인 오시코시(Oshoksh)와 팀을 이뤄 경쟁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호주의 수주전 결과가 미국과 영국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레드백이 이번 수주전에서 승리하면 K-9 자주포처럼 수출 효자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