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호계초에서 6년째 명예 사서·수업 도우미·재능 기부 활동
학교에 대한 책임감·주인 의식이 봉사 비결…"봉사가 나를 깨우쳐, 계속 봉사하겠다"
[#나눔동행] "우리 아이보다 학교가 우선이 됐네요" 학부모 봉사왕 유미순씨
"우리 아이를 가까이서 보려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느새 아이보다 학교가 우선이 됐네요.

"
울산시 북구에 사는 유미순(52)씨는 초등학교 6학년생인 막내를 비롯해 네 자녀를 둔 학부모다.

유씨는 막내가 다니는 북구 호계초등학교에서 도서실 명예 사서를 하며 수업 도우미와 책 읽어주기, 학부모 재능 기부, 녹색어머니회 등 학교와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봉사 활동을 6년째 이어오고 있다.

거창한 봉사는 아니지만 학교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작은 일이라도 발 벗고 나섰다.

봉사 시간을 매번 일일이 기록하지는 않았다는 그는 기록된 것만 따져도 1천 시간을 훌쩍 넘긴 그야말로 '봉사왕'이다.

그가 학부모 봉사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14년 막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다.

그는 "눈에 밟히는 아이를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에 학교에 있을 수 있는 도서실 명예 사서직을 신청해 시작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당시만 해도 유씨는 향후 6년간 학교를 위한 봉사 활동에 자신이 푹 빠지게 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명예 사서로서 도서실 책 대출·반납 등 관리뿐만 아니라 무엇을 읽을지 모르는 학생들에게 수준에 맞는 책을 권하는 역할을 맡았다.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책 읽어주기 활동도 했다.

[#나눔동행] "우리 아이보다 학교가 우선이 됐네요" 학부모 봉사왕 유미순씨
그는 "처음엔 학생들 앞에서 연기하며 책을 읽어 주는 것이 다소 부끄럽게 느껴졌다"며 "자꾸 연습하다 보니 재미뿐만 아니라 성취감도 생겼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자신감마저 얻게 됐다"고 말했다.

유씨는 일주일에 2∼3번 오전 9시 30분이 되면 집에서 나와 학교로 '등교'한다.

짧게는 4시간, 길게는 8시간 동안 사서 활동을 하며 학생들과 함께했다.

그렇게 활동을 하면 할수록 책임감이 커지고, 학교를 위해서 어떤 도움을 더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많아졌다.

그러면서 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돕는 도우미 역할이나 학부모 재능 기부 활동, 그 외 학교에서 학부모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유씨는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나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주인 의식을 스스로 갖게 된 것이 원동력이 된 것 같다"며 "학생들이 모두 다 자식같이 느껴졌고, 아이들이 하루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2018년에는 다른 학부모들 추천으로 학부모회 회장까지 맡아 올해로 3년째 역임하고 있다.

학교 내 학부모 봉사 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활동을 시작한 지 처음 1∼2년은 막내 때문에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어느새 자식보다 학교가 우선순위가 되어 버렸다고 유씨는 고백한다.

그는 "엄마가 너무 많은 활동을 하다 보니 막내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신경을 덜 써준다고 생각해 불만이 좀 생기기도 했다"며 "그런데도 엄마를 자랑스러워하고, 혹시나 엄마가 곤란해질까 행동을 조심하는 막내를 보면 참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나눔동행] "우리 아이보다 학교가 우선이 됐네요" 학부모 봉사왕 유미순씨
올해 6학년인 막내가 학교를 졸업하면 유씨가 학부모로서 6년을 이어 온 봉사 활동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전만큼 활동을 하지 못한 점은 유씨에게 더욱더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유씨는 학교가 아니더라도 공공 도서관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봉사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유씨는 "그동안 살림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르고 있었는데, 봉사 활동이 나를 다시 깨우쳐 발전하게 했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봉사를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