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인 교수 "신념에 따른 행동으로 피해 보는 일 없어야"
'서울대 무림사건' 피해자들, 두번 재심 끝 40년만에 무죄
"피고인들, 당시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사회적·개인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웠을 것이고 이 과정 역시 힘들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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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이관용 부장판사)는 25일 1981년 계엄법·반공법 위반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복역한 김명인 인하대 교수와 박용훈씨의 두 번째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하며 이같이 밝혔다.

1980년 서울대학교 국문과 재학생이었던 김 교수는 동료 학생들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알리기 위한 교내 집회 유인물을 만들었다가 이듬해 1월 계엄법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박씨 역시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각각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 징역 1년 6개월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김 교수와 박씨 등이 참여한 학내 시위와 전두환 정권의 불법 연행·고문 사건은, 서울대 학내 운동세력을 일컫던 '무림'에서 이름을 따 '서울대 무림사건'으로 불려왔다.

또 학내 운동세력을 반국가단체로 엮으려고 했지만 중거가 없는 데다 사건의 실체가 오리무중이라는 뜻에서 '무림(霧林)사건'이라고 붙였다는 얘기도 있다.

연행자들은 구속영장도 발부되지 않은 채 장기간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으며 고문 기술자 이근안 등으로부터 구타와 잠 안 재우기, 물고문, 관절꺾기 등 혹독한 고문을 당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민주화 이후 이들은 1998년 재심을 청구해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받아냈지만, 반공법 위반 혐의는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에 김 교수와 박씨가 2018년 다시 재심을 청구해 근 40년만에 완전 무죄 판결을 끌어낸 것이다.

재판부는 "여러 증거를 비춰보면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서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며 "진술의 임의성을 배제할 사정은 있지만, 그 의문성을 없앨만한 증명을 검찰이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이 원심에서 죄를 인정하는 듯한 진술도 했는데, 당시 피고인들은 불법 구금 상태에서 자백이 강요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당시 선후배와 함께 역사·경제·사회 그리고 사회주의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고 대화한 사실 등을 인정한 것이지, 당시 독재정권과 경제체제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넘어 소위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법정을 나선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는데 지연됐더라도 이렇게 되니 고맙다"라며 짧게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젊은 사람들이 민주적 신념과 권리에 따른 행동을 한 것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다시는 있어서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