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기업인 간담회…이 장관 "하반기 청년 채용도 적극적 추진 부탁"
경영계 "노조법 개정은 노사관계 더 악화시킬 것"
이재갑 "ILO협약 비준 협조해달라"…경영계 "기업부담 는다"(종합)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5일 이번 정기 국회에서 노동권 증진을 위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안 관철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경영계의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ILO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법 개정이 기업에 부담을 야기한다며 단계적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30대 기업 인사·노무 책임자(CHO)들과 간담회를 열어 "정부는 21대 첫 정기 국회를 통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과 탄력근로제 도입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년 내 국회에서 조속히 입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경영계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아직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 4개 가운데 결사의 자유에 관한 87호와 98호,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29호를 비준하기로 하고 국회에 이들 4개 핵심협약 비준안과 함께 노조법 등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법 개정안은 ILO 핵심협약에 담긴 국제노동기준을 반영한 것으로, 노조법 개정안의 경우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 허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재갑 "ILO협약 비준 협조해달라"…경영계 "기업부담 는다"(종합)
이 장관은 "노조법 개정과 관련한 경영계의 관심과 우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면서도 "우리나라 국격에 맞도록 국제노동기준을 준수하고 통상 리스크를 해소해 기업의 경영 활동을 지원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언급한 통상 리스크는 유럽연합(EU)이 한국에 ILO 핵심협약 비준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과 관련된 것이다.

EU는 한국이 ILO 핵심협약 비준을 미뤄온 게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라며 분쟁 해결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한국이 FTA를 위반했다는 결론이 나오면 한국은 '노동권 후진국'의 낙인이 찍히고 EU로부터 다양한 불이익 조치를 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 위기에 관해선 "고용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며 "특히 하반기 청년 신규 채용 계획을 조속히 확정해 적극적으로 추진해 주길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또 "앞으로 시대는 비대면·온라인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될 것"이라며 "산업과 경제 구조의 변화에 맞도록 기술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개선하는 일터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주길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갈등 중심의 국내 노사관계 문화 등을 고려할 때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면 노사 관계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며 재고를 촉구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정책과 입법이 기업 부담을 늘리고 있어 경영계는 우려스럽다"면서 "대표적인 것이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노조법 개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조법 개정은 노사관계를 더욱 악화시킨다"면서 "근로자와 노조 권리를 국제규범에 맞춘다면 파업 시 대체 근로 금지, 부당노동행위 처벌 등 사용자 측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제도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노조법 개정 중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과 관련, "ILO 핵심협약 비준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현행과 같이 근로시간면제제도는 유지하되 전임자 급여 지급은 금지하는 것이 ILO가 강조하는 노조 자주성 확보에 더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을 비롯한 경영계는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의 실효성에도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협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것이 교섭 비용을 줄여 사업주에 도움이 되지만 노조 요구가 빈발한 것을 고려할 때 유지가 힘들다는 주장이다.

경영계는 또, 코로나19에 따른 근로환경에 변화에 대응해 탄력근로제·유연근로제 확대, 단위 기간의 6개월 이상 조정, 특별연장근로제의 지속 시행, 선택적 근로시간제 보완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