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고려대 교수 "노조 중심 노사관계가 변화의 걸림돌"
“노동 문제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입장과 정책의 방향이 크게 달라지지만,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의 발전과 기술 진보에 따라 큰 변화를 겪습니다. 해수면의 파도도 봐야 하지만 심연의 해류까지 살펴야 전체적인 흐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비인기 학문인 노동·고용관계를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전공하고 뉴욕주립대를 거쳐 1997년부터 모교인 고려대에 재직해 온 김동원 교수(사진)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정통 이론서 《고급 고용관계 이론》을 최근 출간했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노동기구(ILO)가 지원하는 국제고용노동관계학회장을 지낸 김 교수는 대학원 강의를 하면서 오랫동안 구상했던 고급 이론서 집필을 실행에 옮겼다고 한다.

“현실의 노동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실천적인 학문인 고용관계론의 사명”이라며 “마르크스주의, 제도주의, 다원주의 등 고용관계론의 기본 사상에서부터 디지털혁명 시대의 새로운 노동 현상까지 종합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 단체교섭, 노사갈등, 정부의 역할과 행위에만 시선을 집중하면 근본적인 문제점을 놓치기 쉽다는 의미다.

현재의 노동법 체계는 정규직 중심의 안정된 고용관계를 가정하고 있지만, 이 범주를 벗어난 새로운 고용관계 현상이 나타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노동조합이 주도하는 파업과 단체 행동은 줄어드는 대신 준노조, 시민사회단체, 노동 비정부기구(NGO) 같은 대안적 노동 조직이 출현하고, 이들이 주도하는 집회나 시위는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의미한다. 단결권을 통해 조직된 노동조합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이나 단체교섭 중심으로 형성돼 온 전통적인 노사관계 질서가 이제는 새로운 변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노사관계, 인사관리, 노동경제 등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 1차 독자겠지만 학계 연구자와 노사 단체 관계자, 정부기관의 정책 담당자들도 귀담아들어 볼 만한 내용”이라고 이원덕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평가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개론서인 《고용관계론》도 김 교수의 저서다. 2002년 초판이 나온 뒤 지금껏 아홉 번의 개정판이 나오기까지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교재다. 김 교수는 앞으로도 이들 이론서를 2~3년마다 개정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일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새로운 현상과 국제적 추세를 반영하자면 고용관계론이라는 학문 분야를 재구성하고 확장하는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