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상시 착용·음식 덜어먹기 등 자구책에도 감염 불안

"시부모님께서 코로나 사태에도 종갓집 차례는 꼭 지내야 한다고 하시는 바람에 20명 넘는 친척들이 모이게 생겨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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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갓집이어서 차례 지내야 한다는데"…피치 못할 귀성객 울상
경북 안동시에 사는 A(34)씨는 추석 연휴를 앞둔 요즘 마음이 무겁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분위기지만, 시부모님의 성화로 대구로 향하는 귀성길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친척들 수십 명과 음식을 만들고 식사하다 보면 코로나19에 전염되기 쉬울 것 같아 걱정되지만, 며느리 입장에서 시부모님 의견에 반박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라면서 울상을 지었다.

이번 추석 연휴가 코로나19 확산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정부와 방역당국이 명절 기간 귀향과 모임 자제를 연일 당부하는 가운데, 귀성을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일부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귀성길에 오르게 된 이들은 먼 곳에 있는 친지까지 이동하고 명절 모임을 갖는 과정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것 같다며 걱정을 토로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20대 B씨도 이번 추석 연휴에 큰집인 자신의 집에 친척들이 모이면 경기 여주시에 있는 선산에 함께 성묘하러 가기로 했다.

B씨는 "수도권 가운데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온 성남시에 친척들이 방문했다가 타지역으로 바이러스를 전파하지는 않을지 불안하다"며 "부모님께 이번 추석 모임을 자제하자고 했다가 의견 충돌이 일어나기도 해서 말씀을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도 '아직도 시댁에서 이번 추석에 오지 말라는 연락이 없네요', '부산까지 코로나 뚫고 갈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네요' 등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방역을 위해 여러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완벽하게 대비하기에는 역부족일 것 같다며 불안감을 쉽사리 떨치지 못하고 있다.

B씨는 "나는 친척들과 함께 있을 때 마스크를 벗지 않을 계획이지만, 성묘 가는 차 안에서 여러 사람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대화할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걱정이 든다"면서 "성묘할 때는 야외라는 이유로 마스크를 벗는 경우도 생길지 모른다"며 한숨을 쉬었다.

A씨도 "여럿이 식사할 때 음식을 덜어 먹을 계획이긴 하나, 취식 중 침이 튀는 것까지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심정원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명절 모임에는 코로나19 치사율이 높은 고령자들이 속한 경우가 많아 더욱 위험하다"며 "피치 못하게 친지들과 모여야 할 경우에는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식사 자리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