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간첩조작 사건' 재판 공개 놓고 법정 공방

"국정원 정보 노출 우려" vs "가혹행위 따지자는 것"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를 상대로 인권침해와 증거조작을 한 혐의로 기소된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의 재판 공개 여부를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23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유모 씨와 박모 씨의 세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예정된 유우성·유가려씨 측 변호인은 이날 공판 시작에 앞서 "피고인들은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하는 재판에서 국정원 직원 신분을 이용해 비밀 보호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이) 만약 국정원법을 이용해 비공개 재판 혹은 차폐막 설치를 원한다면 이 재판이 국가 안전보장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선 두 번의 공판은 피고인 측의 요청에 따라 모두 비공개로 재판이 진행된 바 있다.

하지만 피고인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의 증거에는 국정원 조직과 담당자 이름, 역할, 보고체계 등이 모두 포함돼있다"면서 국가안보와 밀접한 정보가 담긴 만큼 비공개 재판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 피고인들이 현직 국정원 직원임에도 이미 신분이 노출됐고 위협을 당하고 있는 점도 참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피해자 측 변호인은 "오늘 증인신문 내용은 피해자들이 수사관들에게 폭행을 당했는지 여부 등 (국정원의 비밀이 아닌) 가혹행위에 대한 부분"이라며 "피해자들은 공개재판을 통해 언론이 정확히 보도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양측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피해자 측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여 이날 증인신문은 차폐막만 설치한 채 공개재판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국정원 조직과 인원 등 국가안보와 관련한 신문 내용에 대해서는 비공개 재판을 허락했다.

이들 국정원 직원은 과거 신문 과정에서 유가려씨에게 욕설을 하고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 중 박씨는 유씨에게 "전기고문을 하겠다"며 협박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런 방법으로 유씨에게서 "유우성이 북한에 몰래 들어가 국가보위부 부부장에게 임무를 받았다"는 허위 진술을 받아냈다는 것.
이들은 아울러 2013년 유우성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사 과정에서의 폭행이 없었다고 위증한 혐의도 받고 있다.

화교 출신 탈북민 유우성씨는 2011년부터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다 국내 탈북자들의 정보를 동생 유가려씨를 통해 북한 보위부에 넘겨준 혐의로 2013년 기소됐지만, 검찰의 증거가 허위로 드러나면서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