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 김민희 씨 "못 배운 게 한…가난 때문에 학업 포기 없어야"
'안 먹고 안 입어' 모은 3천만원 사회 쾌척 '80대 주부 만학도'
전북 부안군에 사는 김민희(80) 씨는 못 배운 게 평생 한이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에 합격했는데 곤궁한 가정 형편 탓에 입학하지 못했다.

북받치는 서러움에 매일같이 눈물을 삼켰다.

뒤돌아볼 틈이 없는 팍팍한 삶이었다.

이후 김씨는 배필을 만나 평범한 주부로 자녀들을 키우다 보니 40년 세월이 훌쩍 흘렀다.

자녀들이 장성하자 가슴 속 깊이 넣어둔 배움의 꿈을 다시 펼쳐 들었다.

환갑이던 2001년 전북여성중고교에 입학해 중·고교 과정을 마쳤다.

그는 어렵사리 찾은 배움의 끈을 놓칠 수 없었다.

내친김에 전주비전대에 진학해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부안에서 전주까지 10년을 오간 뚝심은 2010년 대학 졸업장으로 열매를 맺었다.

이번엔 배움에 열망은 있지만 가난한 후학들을 위해 장학금을 기탁하기로 했다.

김씨는 지난 22일 부안군에 근농 인재육성장학금 2천만원과 이웃돕기성금 1천만원을 기탁했다.

살림하면서 먹고 싶은 음식 안 먹고, 입고 싶은 옷 안 입고 한푼 두푼 모은 쌈짓돈이었다.

김씨는 "뒤늦게 대학까지 나와 여한이 없다"면서 "우리 학생들이 저처럼 돈이 없어서 학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 평생 모은 돈의 대부분을 기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적은 금액이지만 기탁하니 마음이 푸근하다"며 "소중한 곳에 써달라"고 당부했다.

부안군 근농 인재육성재단 이사장인 권익현 부안군수는 "학생들이 가정환경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고 안정적 장학사업을 추진하겠다"면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