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질문에 "기억안나"…담당검사는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진범 논란'을 빚은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 재판에서 당시 검찰 수사도 허술하게 이뤄졌을 것으로 의심할 만한 증언이 나왔다.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22일 열린 이 사건 재심 6차 공판에서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검사실 소속 수사관 A씨가 증인으로 나와 "피의자 신문에 1시간 반가량이 걸렸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춘재 8차사건 당시 검찰수사관 "1시간 반만에 신문 마쳐"
A씨는 당시 구속 상태로 검찰로 송치된 윤성여씨를 직접 조사한 인물로,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과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은 연쇄살인 중 하나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목이 집중, 당시 수원지검 내에서도 굉장히 큰 사건이었을 것"이라며 "검찰의 조사가 너무 미약했다고 생각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A씨는 "윤씨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자백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사기록에 부합하게 자연스럽게 진술해 어렵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A씨는 경찰 현장검증에 이어 이례적으로 검찰 수사 단계에서 추가로 현장검증을 한 이유 등을 묻는 다른 여러 질문에 대해서는 대체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일관했다.

또 다른 증인으로는 당시 경찰 수사본부에서 근무했던 관리반 소속 경찰관 1명이 출석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낼 증거나 서류 등의 관리 업무에 대해 증언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오기로 했던 당시 담당 검사는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불출석 사유가 정당하지 않다고 보고 과태료 4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내달 14일 열린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씨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