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정치권 "어업생산량 70% 급감…해수유통으로 생태계 복원해야"
전북도 "내부 개발에 지장…몇 년 지켜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아"
29년 묵은 새만금 '수질개선' 논란…'해수유통'으로 가닥 잡히나
새만금 담수호 물은 바다로 흘러나갈 수 있을까.

방조제 건설을 위한 첫 삽을 뜨던 1991년부터 수질 악화를 우려했던 전북지역 환경·시민단체들은 "물을 담아두면 썩어서 새만금 지구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줄기차게 복원 주장을 하고 있다.

전북도는 "아직 38%에 불과한 새만금 내부 개발에 속도를 내고 개발 후 이 일대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물을 가둬두면서 수질을 개선하면 된다"고 맞서면서 지루한 공방은 29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21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새만금호 수질 개선을 위한 해수 유통을 촉구하고 나섰다.

29년 묵은 새만금 '수질개선' 논란…'해수유통'으로 가닥 잡히나
온도 차는 있지만, 신영대(군산)·이원택(김제·부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새만금호의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해수 유통 외에 근본적 대안이 없다"면서 해수 유통 필요성을 역설하며 환경단체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환경부는 2011년부터 시행한 새만금 유역 2단계 수질 개선 종합대책이 올해 종료됨에 따라 종합평가 및 후속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인데, 이 용역 결과 역시 '담수화로는 목표 수질 달성이 어렵다'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들 의원이 갑작스러운 입장 발표는 환경부의 용역 결과를 미리 입수하고, 새만금의 생태계 복원을 위해 환경단체 및 주민의 주장을 더는 방관해서는 안된다는 시급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여의도의 140배에 달하는 새만금호(湖)는 새만금 상류인 만경강·동진강에서 내려온 물을 가둔 담수호다.

호수 면적은 외곽을 둘러싸며 바다와 경계를 이루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34㎞)를 포함하지 않더라도 1만ha에 육박한다.

평균 수심은 5.5m, 담수량은 5억3천500만t으로 설계됐다.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섬진댐의 담수량(4억6천600만t)을 훨씬 웃돈다.

애초 새만금 사업이 농지확보를 통한 식량 증산 목적으로 시작된 만큼 새만금호는 수자원을 확보하고 홍수 때마다 바닷물 역류에 따른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의 상습 침수피해(1만2천㏊)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조성됐다.

지금은 그 많은 담수량의 극히 일부만 방조제 시설인 신시·가력 배수갑문을 통해 바다로 흘러가다 보니 물의 체류 시간이 수개월이다.

물이 고여 수질이 4∼5등급으로 나빠지고 내부 생태계도 망가지고 있다.

그동안 4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과 수십년간의 시간을 투입하고도 목표 수질(3∼4등급)도 달성하지 못했다.

환경단체의 해수 유통 주장은 배수갑문의 상시 개방이나 추가로 제3의 갑문을 설치해 해수 유통량을 대폭 늘리는 방안이다.

배수갑문을 통해 민물과 바닷물이 왔다 갔다 하면 생태계가 복원되고 수질이 개선돼 궁극적으로 인간과 자연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새만금 사업 이전과 이후의 생태변화 자료들을 내놨다.

해수 유통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근거 자료인 셈이다.

29년 묵은 새만금 '수질개선' 논란…'해수유통'으로 가닥 잡히나
녹색연합이 인용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새만금사업 이전인 1990년 전북도의 어업생산량은 15만200여t에 달했으나 2015년에는 4만4천t으로 15년 만에 70% 가량 급감했다.

반면 전북과 조건이 비슷한 충남의 어업생산량은 1990년 전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만3천여t이었으나 2015년 11만6천여t으로 배가량 증가했다.

어업생산량을 1990년대 수준으로 유지했다고 가정하면, 새만금 사업이 시작한 1991년부터 2015년까지 총 7조3천800억원 가량(현재 가치)의 누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이 단체는 추산했다.

또 방조제 물막이 이후 새만금 내측 어류 종수는 58%, 개체 수는 85%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새만금호에서는 용존산소량 부족 등으로 물고기 집단폐사가 연례적으로 일어나고 어류의 질병 보유도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도 이 지역의 철새를 조사한 결과 최대 관찰 개체 수가 2004∼2005년 41만2천560개체에 달했으나 2016∼2017년에는 5만9천602개체로 대폭 줄어들었다.

2004∼2005년 시즌과 비교하면 86% 급감한 것이다.

이들 단체는 "새만금호 담수화로 수질이 악화하면서 어민의 삶이 피폐해지고 생태적 교란으로 어류나 조류 생태계가 대혼란에 빠졌다"고 주장하면서 전면적 해수 유통으로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들의 해수 유통 촉구에 대한 새만금개발청이나 전북도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해수 유통에 관한 언급은 환경문제로 비화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은 최근 훈풍이 불기 시작한 각종 새만금 관련 사업이 해수 유통 논란으로 또다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29년 묵은 새만금 '수질개선' 논란…'해수유통'으로 가닥 잡히나
지난해 새만금 국제공항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받아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고 총 10조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이나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소모성 논란이 또다시 증폭되는 것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비친다.

전북도 관계자는 "2001년과 2003년 해수 유통을 주장하며 새만금 방조제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환경단체의 소송에 따른 법원의 명령에 따라 두 차례나 방조제 공사를 중단, 결과적으로 내부 개발이 지연됐다"면서 "용역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우선은 내부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또 담수화를 몇 년 더 유지해본 뒤 수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그때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새만금개발청도 "새만금호의 해수 유통 여부보다는 수질을 어떻게 잘 관리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며 기존의 입장을 견지했다.

해수 유통 여부는 새만금 위원회가 연말 용역 결과와 관련 기관의 의견을 토대로 내년 초께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새만금호의 수질을 개선하려면 즉각적 해수 유통이 필요하다는 주민과 새만금 내부 개발이 목표의 38%에 불과한 만큼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전북도의 입장이 팽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담수로는 새만금호의 목표 수질 달성이 어려운 것으로 사실상 결론이 난 만큼 지금이라도 해수 유통을 통해 거대한 새만금 지구의 생태계를 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29년 묵은 새만금 '수질개선' 논란…'해수유통'으로 가닥 잡히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