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지연으로 상품 하자 발생 땐 손해 고스란히 떠안아

4천여명의 택배 기사들이 오는 21일부터 분류 작업을 거부하기로 하면서 추석 대목을 기대했던 농민과 소상공인들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택배 대란' 우려에 애꿎은 농가·소상공인 '안절부절'
정부의 연휴 이동자제 권고로 농특산물 택배 주문이 늘 것으로 기대됐으나 '택배 대란'이 현실화한다면 배송 지연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국내 택배 기사는 4만여명으로 추산된다.

분류작업을 거부한 택배 기사가 전체의 10% 수준이지만 인력 충원 등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도미노 현상이 발생해 배송 차질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차모씨는 충북 옥천군 군서면의 5천㎡ 밭에서 고급 포도 품종인 샤인머스켓을 재배하고 있다.

그에게 추석은 대목이다.

요즘이 수확철인 데다가 선물용 택배 주문이 가장 많아지는 때다.

그러나 배송이 지연돼 포도에 곰팡이라도 생기면 손해를 모두 떠안아야 한다.

차씨는 1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포도를 에어백으로 포장할 때 습기가 찰 수 있는데, 소비자에게 제때 배송되지 않으면 곰팡이가 생기는 수가 있다"고 걱정했다.

'택배 대란' 우려에 애꿎은 농가·소상공인 '안절부절'
그럴 때는 상품을 교환해 주든가 환불해 줘야 하지만 그 피해 보상을 택배 업체나 택배 기사에게 떠넘기기도 어렵다.

그는 "택배를 이용하지 않으면 포도를 제때 팔기 어렵다"며 "배송 지연에 따른 손해를 묻지 않겠다는 계약을 울며 겨자 먹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택배 지연을 우려한 주문 취소 등 피해는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추석을 앞두고 택배 주문이 부쩍 늘어나면서 차씨처럼 손해 발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전국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경남 밀양에서 사과를 생산하는 김모씨는 "제때 배송될 수 있도록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 같다"며 "문제가 없는 택배업체를 선택해 사과를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영 멸치수협 관계자도 "택배 분류작업 중단에 따른 대란이 시작된다면 배송에도 차질이 생길 것 같다"고 우려했다.

'택배 대란' 우려에 애꿎은 농가·소상공인 '안절부절'
영광굴비와 구례 산수유 가공품이 유명한 전남 지역에서도 물류 대란 가능성에 대한 걱정으로 심란하다.

법성포에서 택배로 굴비를 판매하는 한모씨는 "배송에 차질이 없겠느냐는 문의 전화를 어제 몇차례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나는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니 문제는 없지만 일반 택배 업체와 계약한 상인들의 걱정이 크다"며 "택배 기사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추석 대목에 상인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의 대형 수산물시장 상인들도 추석 전 상품 발송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기는 매한가지다.

자갈치시장의 한 상인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주문이 줄었는데, 택배 대란이 겹친다면 매출이 더 줄 것 같다"며 "택배 문제가 원만히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홍, 심규석, 정회성, 한지은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