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평생 일한 곳 떠나 다른 일 하는 것 부당" vs 회사 "생산 유연성 고려해야"
정년퇴직 앞둔 시니어 조합원 많아 잠정합의 찬반투표 시 변수 작용 가능성
현대차 임협 타결 막바지 '시니어 촉탁 배치' 문제 변수 부상
현대자동차 노사 올해 임금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시니어 촉탁 배치 문제가 변수로 떠올랐다.

시니어 촉탁은 정년퇴직자 중 희망자에 한해 회사가 신입사원에 준하게 임금을 지급하고 1년 단기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것이다.

노사가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합의해 시행 중이지만, 대다수가 기존 재직 기간에서 일했던 근무 조가 아닌 다른 근무 조에 배치된 탓에 내부 불만이 제기돼왔다.

올해 교섭에서 노조는 이를 반영해 시니어 촉탁을 기존 근무 조에 배치하는 방안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수십년간 같은 일을 해왔던 노동자가 갑자기 다른 근무 조에 배치돼 업무 연속성이 없는 일을 하는 것이 생산 효율 저하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는 "평생 영업을 하다가 시니어 촉탁으로 생산라인에 배치돼 2주 만에 그만둔 사례도 있다"며 "30년 넘게 일한 노동자에게 다른 환경, 낯선 동료와 일하게 하는 것이 예우에도 어긋난다"고 17일 말했다.

노조는 최근 교섭에서 "시니어 촉탁 요구안 수용 없인 올해 교섭 타결은 요원할 것이다"고 밝힌 상태다.

사측은 생산 유연성을 위해 현 방식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생산 차종별 주문량 변화, 친환경 차 생산 등 산업 환경 변화 등에 맞추어 회사가 원하는 곳에 시니어 촉탁 인원을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퇴직자가 기존 부서에서 계속 근무하면 기존 동료들이 우대하는 분위기 속에 실질적으로 업무량과 효율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한다.

현대차 임협 타결 막바지 '시니어 촉탁 배치' 문제 변수 부상
노사가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교섭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시니어 촉탁 문제는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정년을 수년 앞둔 조합원이 많은 터라, 이들이 올해 임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 적지 않은 표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에선 향후 매년 2천명이 넘는 인원이 퇴직한 후 시니어 촉탁 대상자가 된다.

지난해 1천400명 정도가 퇴직했는데, 상당 수가 시니어 촉탁으로 고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 전 타결을 위해선 늦어도 이달 22일까지 잠정합의안이 나와야 한다.

노사는 임금과 시니어 촉탁 문제 등을 제외한 고용 안정 방안, 전기차 전용 공장 설치 노력 등에 이미 합의했으며 막판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