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환 "해임 동의 못해"…막장 치닫는 '인국공 사태'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 1호 사업장인 인천공항의 ‘정규직 전환’이 혼돈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의 충돌로 정규직 전환작업이 3년째 진통을 겪고 있는 와중에 정부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사진)의 해임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당사자인 구 사장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왜 나가야 하는지 이유는 듣지 못했다”며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해임안을 의결하면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임 요구 명분 없어”

구 사장은 이날 정부의 해임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달 초 국토교통부 고위관계자가 자신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했지만 명분이 없어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공사 감사에서 적발된 내용으로 구 사장의 해임을 추진하고 있다.

구 사장은 “후임 사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규직 전환의 정상화, 스카이72 골프장의 새 사업자 선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적자 전환 등 시급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사퇴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이날 해임 사유로 알려진 법인카드의 부적절한 사용과 직원에 대한 인사갑질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구 사장은 작년 10월 국정감사 때 태풍 대비를 해야 한다며 조기에 국회를 빠져나왔지만,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가 아니라 경기 안양 한 고깃집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구설에 올랐다. 그는 “인천지역은 태풍해제 지역이었으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1시간 안에 공항으로 갈 수 있는 지역에서 업무상 식사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공사 직원에 대한 직위해제 건에 대해 “공사 대표에게 비난과 조롱 섞인 편지를 보낸 것은 징계사유라고 생각해 인사위원회를 거쳐 적절하게 인사조치했는데 이게 왜 해임 사유인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임 사유가 안 된다는 법률검토를 받았다”며 “24일 열리는 정부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직고용 절차 늦어질까 불안”

하지만 공사안팎에서는 구 사장이 정규직 전환문제를 조기에 매듭짓지 못한 게 경질사유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구 사장도 이날 “‘인국공 사태’의 책임을 물어 경질하려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추측은 하는데 말할 순 없고 같이 추측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토부 등에서도 연말까지 직고용을 마무리하기 원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은 직고용 과정에서 탈락자가 발생하면서 또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일부 비정규직 노조는 직고용을 포기하고 차라리 전원이 자회사에 남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들은 구 사장 해임에 대해 정부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자회사에 채용돼 있으면서 정식 채용을 기다리는 B씨는 “직고용을 기다리는 일부 직원에게서 채용절차가 더 늦어질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산업 한 전문가는 “정부가 올해 안에 인천공항의 정규직 전환을 마무리하기 위해 무리하게 사장을 교체하면 인국공 사태는 노노·노사 대립에 이어 정부와 공사 구성원 간 갈등이 추가돼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란과 관련해 “정책이 완벽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인국공 사태’와 관련해 공정성 문제가 있었다”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대통령이 정규직화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노동자들의 고용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큰 뜻을 말한 것”이라며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좀 더 유능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문 대통령 방문일(2017년 5월 12일)을 기준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요원을 직고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민망하다”고 언급했다.

인천=강준완/임도원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