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과 달리 버섯 구경 힘들어"…20∼25일 올해 작황 판가름

'가을의 진미'로 불리는 송이와 능이 채취 시즌을 맞았지만, 산골 주민들의 표정은 썩 밝지 않다.

올해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많은 비로 산에 이들 버섯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충북 단양군 대강면 사동리의 이종춘(62) 이장은 16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못 먹는 버섯과 잡버섯은 지천으로 깔렸지만, 송이는 3∼4시간 산을 타도 아예 구경을 못 한다"고 말했다.

'가을 진미' 맛 못 보나…긴 장마에 씨 마른 송이·능이(종합)
마을 주민 20명과 함께 산림청 단양국유림관리소의 허가를 받아 매년 소백산 도솔봉에서 송이와 능이를 채취했던 이 이장은 "버섯 포자가 형성될 때 비가 장기간 너무 많이 왔다"며 "지금도 산이 너무 습하다"고 전했다.

제천시 덕산면 월악산생송이영농조합법인 정의수 대표도 "궁금해서 산을 오르는데 송이는 꿈도 못 꾼다"며 "올해 생산량이 얼마나 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버섯류 공급 업체인 제천의 가하푸드영농조합법인은 "국내산 송이는 아직 안 나와 추석 전까지는 중국산(장백산)이 일부 유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을 진미' 맛 못 보나…긴 장마에 씨 마른 송이·능이(종합)
산지 주민들은 오는 20∼25일이면 올해 송이·능이의 작황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적의 기후 조건이 형성되면 추석을 임박해 송이가 많이 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가강현 박사는 "버섯균이 여름에 성장해 가을에 먹는 버섯으로 나오는데 긴 장마로 생장이 저조한 것 같다"며 "배수가 양호해져 흙이 뽀송뽀송해지면 버섯이 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천·단양의 국유림 내 송이·능이 채취는 이번 주말부터 다음 달 말까지 이뤄진다.

단양국유림관리소는 사동리를 포함해 이번 주 제천·단양의 21개 마을 584명에게 송이·능이 채취증을 내준다.

산림 당국은 산불 예방, 도벌 방지 등 국유림 보호 활동을 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임산물 양여 승인을 한다.

'가을 진미' 맛 못 보나…긴 장마에 씨 마른 송이·능이(종합)
목표 채취량의 10%에 해당하는 대금(임산물 양여 대금)을 산림청에 내야 한다.

구체적으로 강원 양양속초산림조합 등의 최근 3년간 송이·능이 거래가를 산술 평균한 단가(㎏당 송이 19만6천540원·능이 10만9천940원)의 10분의 1이 임산물 양여 대금이다.

단양군은 국립공원, 국유림관리소, 마을회와 함께 다음 달 23일까지 자연산 버섯 불법 채취 행위를 단속기간을 운영한다.

군 관계자는 "임산물은 산림 소유자가 동의한 경우에만 채취할 수 있다"며 "임산물 채취 허가를 받아도 희귀·멸종 위기 식물은 손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