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 해제" 주점 매출 반짝 회복세…자영업자들 "특별 방역 기간 앞둬 근심"
"추석 즈음 다시 확진자 수 늘어날까 걱정" 우려도
감염 재확산 조마조마해도…거리두기 완화에 도심 밤거리 북적
수도권에 적용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하향된 첫날인 14일 서울 도심의 밤거리는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지난 2주간 오후 9시 이후 포장·배달 주문만 받을 수 있었던 일반·휴게음식점, 제과점 등은 이날부터 방역수칙을 지키는 조건으로 예전처럼 정상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오후 9시를 조금 넘긴 시각 식당과 주점이 밀집한 서울 마포구 맛깨비길은 지난 2주간 눈에 띄지 않았던 인파가 넘실거렸다.

문을 활짝 연 한 주점에서는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지난 몇 주간 못한 회식을 즐기고 있었다.

동료 6명과 함께 이곳을 찾은 직장인 최모(37)씨는 "거의 한달 만에 부서 회식을 하러 왔다"며 "또 확산이 심각해져 일상에 제약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조심하려고는 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포차가 밀집한 서울 강남역 거리도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와 점포를 가득 채운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한 20대 무리는 "드디어 봉인이 해제됐다"고 큰소리로 외치며 한껏 들뜬 모습으로 포차를 향해 달려갔다.

야외 테라스를 활짝 열고 영업을 하는 강남역의 한 포차는 실내외 좌석이 대부분 손님으로 가득 찼다.

원격수업으로 자주 만나지 못하는 대학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한모(23)씨는 "2주간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 같다"며 "오랜만에 친구들을 보니 살 것 같다"고 말했다.

감염 재확산 조마조마해도…거리두기 완화에 도심 밤거리 북적
그동안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해 뚝 떨어진 매출로 어려움을 겪던 자영업자들은 안도하면서도 정부가 추석 무렵인 28일부터 2주간 '특별 방역 기간'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만큼 여전히 걱정을 덜지 못했다.

6년째 서울 마포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조모(45)씨는 "2.5단계를 하는 동안 손님이 한 달 전보다 80% 가까이 줄어 너무나 타격이 컸다"며 "장사가 잘되면 잠시 좋지만 만약 또 확산세가 심각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다"고 했다.

거리두기 2.5단계에서 큰 타격을 입었던 주점들이 반짝 회복세를 보인 것과 달리 일반식당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여전히 매출을 걱정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25년 넘게 갈빗집을 운영한 이모(56)씨는 "오늘은 평소의 60% 정도밖에 손님이 찾지 않았다"며 "아무래도 아직 불안하기도 하니 곧바로 손님이 확 느는 것은 아닌 모양"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IMF 시절이고 뭐고 지금이 식당일 하면서 가장 힘든 시기"라고 토로했다.

서울 강남역의 한 24시간 국밥집 역시 좌석이 절반 이상 비어 있었다.

종업원 A씨는 "오후 9시 이후 영업이 가능하게 되면 매출이 확 오를 줄 알았는데 손님들이 다 술집부터 찾는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한편 일부 시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다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질까 우려했다.

이날 오후 9시께 야근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위해 서울 중구의 한 치킨집을 찾은 직장인 이모(25)씨는 "밥을 먹으러 나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며 "조용한 밤거리의 모습에 익숙하다가 갑자기 북적이는 모습을 보니 추석 때쯤 다시 확진자 수가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의 주점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27)씨도 "지인들과 함께 여유 있게 저녁을 다시 즐길 수 있게 돼서 좋다"면서도 "테이블 간 거리두기가 제대로 안 되는 모습도 보이고, 명부 체크를 잘 안 하는 가게들도 있어 걱정된다"고 했다.

감염 재확산 조마조마해도…거리두기 완화에 도심 밤거리 북적
수도권의 2.5단계 조치는 해제됐지만, 2단계 조치는 이달 27일까지 유지된다.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이 대면으로 모이는 사적·공적 모임, 행사가 금지되고 클럽, 노래연습장, 뷔페 등 고위험시설 11종의 영업이 금지된다.

프로야구, 축구 등 스포츠 행사는 지금처럼 무관중 경기로 해야 하고 사회복지 이용시설과 어린이집에도 휴관 및 휴원 권고 조처가 지속된다.

실내 국공립시설 운영 중단, 학교 밀집도 완화 등의 조치도 유지된다.

/연합뉴스